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직업계고 ‘선취업’ 틀을 깨자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정성국 한국교총 회장




“‘선취업 후학습’ 정책은 현실과 괴리가 큽니다.”



33년간 직업계고등학교에 몸담아 온 교장선생님의 하소연이다. 직업계고 졸업만으로 전문화·고도화된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에도 취업 우선의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업 중심’ 직업계고에 대한 선호도는 해마다 낮아져 학생 충원에도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최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졸업생 9만여 명 중 직장을 얻은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반면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40%를 웃돈다. 정부의 선취업 후학습 정책과 반대다. 이를 기형적 구조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정부는 ‘고졸 시대 정착, 선취업 후진학 고용 강화 방안’을 포함해 ‘고용률 70% 달성 고교 취업 활성화 방안’ ‘2020 직업계고 취업 활성화 방안’ 등 2년에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선진학(학습) 후취업’ 욕구와 미스매칭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윤석열 정부는 중등직업교육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2008년 직업계고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정책을 기초로 지역 기반의 협약형 특성화고와 첨단산업 중심 마이스터고 육성, 기술 인재로서의 성장 경로 다양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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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팩토리,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직업계고 학생들의 끊임없는 지식 습득이 필요한 상황에서 성장 경로를 다양화하고 학교·지역·산업계가 보다 밀착하도록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전문화된 지식, 훈련 욕구와 취업 우선의 정부 정책 간 부정합(不整合)이다. 선취업이라는 당위에만 집착하는 한 얽히고설킨 직업계고 문제를 푸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직업계고 정책은 이 틀을 깨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학생과 기업의 요구에 부응한 과감한 정책 선회가 요구된다. AI 등 신기술 분야와 날로 치열해지는 반도체 분야에 고교 3년의 교육과 훈련만으로 직업계고 학생들이 발을 들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과감하고 직접적인 직업계고·대학교육 연계를 통해 직업교육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동일계 특별 전형 확대를 통해 기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또한 전문화된 직업교육을 대학교육 단계까지 확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직업교육과 일반교육을 엄격히 구분해 온 독일마저 직업교육 단계에 전문가, 학사, 석사 학위를 수여하는 아카데믹 경로 등 동등한 기회를 열었다.

양질의 일자리에는 취업 또는 선취업 후학습으로, 전문화·고도화된 일자리에는 대학교육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선취업 후학습 정책에 유연성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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