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중소 법인 등 60만여 개 기업의 ‘빚 의존도’가 치솟고 있다. 이미 받은 대출을 제대로 갚지도 못하는 가운데 빌린 돈에 비해 버는 돈은 줄어들면서 ‘빚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일 신용보증기금이 60만여 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평균 175.8%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는 총자본 중 대출, 회사채 발행 등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차입금의존도가 클수록 금융 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 축소 등 기초 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 집계된 이래 최근 10개월 연속 오르면서 지난해 말부터는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외부 감사 대상 법인(외감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만 해도 지난해 1분기 기준 26.0%로, 2016년 1분기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비외감 기업까지 포함하자 의존도가 170%를 훌쩍 넘었다.
업종별로 보면 특히 교육 서비스업, 예술?스포츠?여가 사업 등 코로나19 당시 타격이 컸던 경기 민감 업종의 6월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759.2%, 707.4% 등으로 가장 높았다. 운수?창고업(229.4%), 도소매업(199.3%) 등의 차입금의존도도 전체 산업 평균치를 웃돌았다.
문제는 이렇게 불어난 빚을 갚아나갈 능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60만여 개 기업의 최근 차입금 대비 최근 1년 매출액 비중은 6월 말 기준 39.2%로 지난해 6월 말(53.2%)보다 14%포인트나 떨어졌다. 1년간 벌어들인 돈이 빚진 돈의 40%도 채 안 된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악화된 상환 능력은 이미 각 금융 업권의 연체율로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37%로 1년 전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 법인의 연체율은 0.45%로 전 대출 부문 중 가계신용대출 연체율(0.62%)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기업들의 연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전국 1293개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8.34%에 달했다. 지난해 말보다 2.73%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도 각각 전년 말 대비 1.98%포인트, 2.93%포인트 치솟은 4.21%, 5.76%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전 금융 업권의 총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금융기관에 ‘기업대출의 문턱을 높일 것’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지금까지 새마을금고들만으로 거액의 기업대출 취급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금지하고 중앙회와 금고가 연계한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며 “기업대출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상호금융조합의 경우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하는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