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넘는 수입 전기차 비중이 올해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고가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수억 원에 달하는 고급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구매력 높은 소비자의 선택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신규 등록된 수입 전기차 1만 5084대 중 1억 원 넘는 전기차는 5007대로 집계됐다. 33.2%의 비중으로 올해 팔린 수입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은 1억 원을 웃도는 고가 전기차인 것이다. 1억 원대 고가 전기차 비중은 연간 기준으로 2021년 49.8%에서 지난해 21.9%로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올해에는 다시 30%대를 넘어서며 증가로 돌아섰다.
판매량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8개월 간 팔린 고가 수입 전기차(5007대)는 이미 2020년(1304대), 2021년(3118대)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고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판매량(5083대)의 98.5%를 채운 상태다. 월 평균 626대가량 팔리는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판매량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셰, BMW 등 독일 전기차를 찾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준대형 전기세단인 EQE 350+는 올해 932대 팔리며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1억 300만 원인 이 차량은 한 번 충전만으로 최대 471㎞ 운행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포르셰 타이칸 596대 △벤츠 EQE 350 4MATIC 583대 △벤츠 EQS 580 4MATIC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13대 △BMW iX xDrive50 363대 등 고가 전기차가 국내 소비자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았다.
특히 기존에 내연기관 차량이던 법인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가팔라지면서 고가 수입 전기차의 판매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신규 등록된 고가 수입 전기차 중 법인 명의는 326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516대) 대비 115.3%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팔린 고가 수입 전기차 중 법인 차량은 65.2% 비중을 차지하며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신규 고가 전기차를 속속 내놓으며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성비 모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값 비싼 고급 모델 등 가격별 라인업을 다양화해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출고가가 8500만 원을 넘으면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달 최고급 브랜드인 마이바흐의 첫 전기 SUV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EQS SUV를 국내에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북미에 이어 내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급스러운 외관 및 내관뿐만 아니라 뛰어난 주행 성능, 편안한 승차감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올라 켈레니우스 회장은 지난달 24일 방한 당시에 “뒷자리에 탔을 때 조용해 마치 전용기에 탄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EQS SUV 가격은 2억~3억 원 사이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롤스로이스도 올해 하반기 브랜드 최초 전기차인 스펙터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무려 6억 2220만 원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5초로, 한번 충전으로 약 520㎞(유럽 기준)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지난 6월 한국에 스펙터를 공개하면서“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전 주문 실적을 거뒀다”며 국내 시장을 주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