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함께했던 조진웅, '흉상 논란'에 입 뗐다

배우 조진웅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진행된 ‘2023 방송광고페스티벌’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배우 조진웅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진행된 ‘2023 방송광고페스티벌’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국민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우리나라까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여정을 함께 한 배우 조진웅이 현 정부의 ‘홍범도 지우기’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11일 조씨는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 스스로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관련) 질문에 답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처참하다”고 한탄했다.

그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할 때, 혹은 어떤 질문이나 의구심과 논란으로 말미암아 회자돼 구설이 될 때 논제가 정확하고 보편 타당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논란의) 상황은 정상 범주에서 논리 준함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질문의 발생자들이여, 진정 그대들은 목숨 걸고 이 나라를 일구게 한 선조 선배들의 큰 뜻을 헤아려나 보았는가"라며 "목숨을 담보로 지켜낸 이 땅에 우리는 당당하고 있는가, 이런 감정적 호소가 지금 이 시기에 마땅한 읍소인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난 가슴 아프지도, 주먹으로 맨땅을 치는 일도, 술을 먹고 한탄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저 웃을란다. 어이가 없어 웃을란다. 참 웃퍼서(웃기고 슬퍼서) 고개를 들 수 없어 웃을란다"며 세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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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왼쪽 두번째)이 2021년 8월14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가보훈처배우 조진웅(왼쪽 두번째)이 2021년 8월14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가보훈처


조씨는 지난 2021년 국민특사 자격으로 참여해 당시 KBS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에서 관련 영상이 공개됐다. 다큐에서 조씨는 홍 장군이 머물던 카자흐스탄 ‘홍범도 거리’와 수위로 근무하면서 말년을 보냈던 고려극장 등을 돌아봤다. 그는 영화 '암살', '대장 김창수' 등 작품에서 독립군을 연기해 항일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전하는 데 앞장섰다. 이를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육군사관학교는 교내에 있는 항일무장독립투쟁의 영웅 홍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을 자초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육사는 결국 홍 장군 흉상만 철거하기로 했다. 덧붙여 해군의 ‘홍범도함’ 명칭 교체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 장군은 일제강점이 항일무장독립투쟁의 상징적 인물이다. 1920년 봉오동 전투에 이어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기도 하다.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2차 대전 당시 일제의 적이었던 소련의 힘을 빌리고자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받아들인 독립운동가가 다수 존재했다.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해 북한 정권 수립과도 관련이 없다.

1962년 박정희 정부가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진수한 잠수함을 ‘홍범도함’이라 명명하고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하는 등 정권의 정치색과 무관하게 홍 장군을 독립영웅으로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장군이) 굴곡진 역사의 희생양인 독립투사였고 박정희 대통령 이래 김영삼 대통령까지 보수정권 내내 훈장도 추서하고 수십년간 노력으로 유해봉환해 대전 현충원에 안장까지 한 봉오동전투의 영웅”이라며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던 소련 공산당 경력을 구실삼아 그 분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 한다고 연일 시끄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라며 “그것은 반(反)역사다.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받는다. 그만들 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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