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외연 확장에 나서기 앞서 보수층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도 성사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날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약 50분간 만남을 가졌다. 2021년 말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당을 지휘했던 역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 등이 주된 대화 소재였다고 소개했다. 현 정권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달라” “여당 대표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야하는 게 여당 대표” 등의 격려 인사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 뵈면 한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이번 만남은 보수 진영의 결집 효과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 돈 봉투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의 잇단 파문에도 윤 대통령, 여당 지지율은 30%대에 갇히며 반등에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최근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두고 여권 내 이견이 분출하면서 집토끼인 보수층의 민심을 달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박 전 대통령의 위상은 추락했지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고령층 및 대구·경북(TK) 지역민들의 향수가 여전해 정치적 영향력은 살아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칩거를 이어오다 올 4월 대구 동화사 방문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고 지난달 부친 생가 방문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시점 박 전 대통령이 김 대표와의 만남을 수락한 배경을 두고 친박계를 지원해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의 출마설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를 통한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측근들은 박 전 대통령의 역할론에 선을 긋고 있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총선 역할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나눈 자리가 아니다”면서도 “총선에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