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데드라인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회가 정부 지출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오후 예정돼있던 2024회계연도 예산안 부수법안인 8860억 달러(약 1176조 3422억 원) 규모의 국방 예산안 상정 일정을 연기했다. 이는 의회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11개 내년도 세출법안 중 공화당이 중시하는 예산안이지만 같은 소속의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국 의회는 현재 공화당이 과반에서 4석 많은 의석 수를 차지하고 있어 캐마시 의장이 예산안을 뜻대로 협상하기 위해서는 당내 4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서는 안 된다.
매카시 의장은 당내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지시했지만 반발을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내년도 정부 지출을 올해 수준인 1조 700억 달러로 줄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매카시 의장과 민주당이 5월 합의한 지출 규모보다 1200억 달러 적은 수준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인 헌터 바이든이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 부리스마 홀딩스와 중국 사모펀드 BHR파트너스로부터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에 따라 공식 조사 명령을 내렸다.
미국 의회는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 정부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정부의 기능이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에 처하게 된다. 셧다운 위기가 커지자 상원에서도 압박에 나섰다. 상원 세출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12개 세출 법안을 모두 처리했는데 상원이 먼저 예산안 처리 절차를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상원 공화당 내 서열 2위인 존 툰 의원은 이날 “(예산안 통과를 위한) 9월 30일 마감일을 넘겨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서는 곧 임시예산안에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여야 간 이견으로 시한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전년도 수준의 임시예산안을 처리하거나 여러 세출법안을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Omnibus) 예산안을 처리한 전례가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앞서 재정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는 부분적으로 정부의 지불 능력을 위협하는 철두철미한 협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