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美·英 고금리 장기화…우리도 상당기간 긴축"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속

韓 가계부채 증가 등 불균형 커져

한은·정부 일관된 정책공조 강조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에 선그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9월) 설명회. 이주용(왼쪽부터)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사진 제공=한은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9월) 설명회. 이주용(왼쪽부터)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사진 제공=한은





한국은행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꺾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과 가계부채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 공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도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정부와 정책 엇박자를 내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등 금융 불균형이 커졌다고 스스로 인정한 만큼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해 “국제적인 고금리 환경이 조기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섣부른 예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자 시장에서는 긴축 조기 종료 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나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넘는 만큼 인상 기조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경고한 셈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중반부터 인하 기조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한은은 “견조한 고용 상황 등에 따른 양호한 경기 흐름, 연준이 물가 상승률의 목표치 수렴에 확신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도 2025년 2분기가 돼서야 물가가 목표 수준에 안착할 것으로 보는 만큼 한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린 이후 장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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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장의 기대에 따라 금리 변동 폭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금융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로 미국 국채 금리가 낮아지자 우리 시장금리가 정책 목표보다 낮아지면서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반대로 긴축 장기화 우려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상승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이 각종 규제를 완화한 결과 가계부채가 5개월 만에 25조 원 넘게 늘어나는 등 금융 불균형 위험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한은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 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금리 등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불균형 문제에서 통화정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며 주요국 사례를 봐도 규제와 함께 금리로 공조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2014년과 2020년 모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정책 엇박자를 내면서 금융 불균형 위험을 키운 바 있다. 이번에는 거시 건전성 정책을 완화해 금융 불균형이 커졌으니 일차적으로 규제를 되돌리고 그래도 가계대출이 늘어난다면 통화정책 대응도 불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에 선을 그은 셈이기도 하다.

이 부총재보는 “경기나 물가·가계대출을 포함한 금융 불균형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 당국 대책에도 대출이 더 늘어날 움직임이 있다면 필요한 경우 정부와 협력해 다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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