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 씨티그룹이 약 20년 만에 대규모 조직 개편과 함께 인력 감축에 들어간다. 지배 구조를 단순화해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CEO에게 더 많은 권한을 넘기는 게 골자로 적지 않은 인력 감축도 뒤따를 예정이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13일(현지시간) 의사결정의 단순·효율화를 위해 기존 2개 사업부를 5개로 분할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개인과 기관 2개 부문을 두고 그 아래 관련 업무를 가져가는 구조였으나 새 체제에서는 2개 대규모 사업부를 자산관리, 거래 서비스, 투자은행 및 상업 부문 뱅킹, 미국 소비자 뱅킹, 시장 등 5개로 나눈다. 각 사업부 책임자는 제인 프레이저 CEO에 직접 보고하게 된다. 중간 관리 직급을 없애 의사소통 과정을 단순화하고, CEO의 권한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조직 변화에 따른 인력 감축도 뒤따른다.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프레이저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매우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일부 동료들과 작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감원 사실을 인정했다. 시티는 사업 재조정을 거쳐 내년 1분기 말까지 구조조정을 시행할 계획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올 11월 말까지 발표한다.
씨티그룹이 약 20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착수한 것은 동종 은행 대비 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씨티그룹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이다. 그러나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약점이 심화하며 동종 은행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프레이저가 2021년 3월 CEO에 취임한 뒤 수익성 낮은 사업 부문에서 철수하는 등 줄곧 구조 개혁을 추진했지만, 시장 평가의 대표 척도인 주가는 부진하기만 하다. 프레이저의 취임 직후인 2021년 3월 말 이후 올 8월 말까지 시티 주가는 43% 빠졌다. 반면 JP모건은 같은 기간 4% 하락에 그쳤고, 웰스파고는 6%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프레이저 CEO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심각하게 과소평가되는 현실에 대한 나의 좌절감을 많은 분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에게 놓인 기회는 엄청나며 (이번) 운영 방식의 변화는 성공적인 은행이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조직 개편 소식이 전해지며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의 주가는 1.66% 오른 주당 42.37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