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5’에 고품질·고사양 게임 그래픽 기술을 탑재하며 판매 확대를 노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능을 높인 신제품 가격을 동결하는 승부수를 띄우는 한편 모바일 게임 유저들을 끌여들임으로써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대표 콘솔용 게임들을 아이폰용으로 내놓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게임용 디바이스 시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12일(현지시각) 진행한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강화된 게임 기능을 설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신작 아이폰에 탑재되는 신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7 프로’에는 애플 최초로 ‘레이트레이싱(Ray tracing·광선 추적)’ 기술을 적용했다. 레이트레이싱은 말 그대로 광선을 추적해 빛의 양상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그래픽의 몰입감과 현실감을 위해서는 특히 빛 표현이 중요한데, 빛의 방향과 흡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계산해야 하는 만큼 기존 기술보다 계산량이 많아 모바일 게임에서는 활용이 어려웠다.
스리발란 산타남 애플 실리콘 엔지니어링 그룹 부사장은 “A17 프로는 스마트폰 프로세서 중 가장 빠른 레이트레이싱 성능을 자랑한다”면서 “A17 프로로 인해 아이폰은 차세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고 자평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아이폰15 프로 및 프로맥스를 두고 “지금까지의 제품 중 가장 혁신적이고, 강력한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최근 들어 게이밍 기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자사 제품과 호환되는 게임 라인업을 확충하고 게임 관련 기술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애플의 PC인 맥은 고사양 스펙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즐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타 제조사에 비해 게임 부문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 6월 열린 세계개발자대회 2023(WWDC 2023)에서 ‘게임포팅툴킷’이라는 개발자용 툴킷을 발표하며 변화를 암시했다. 윈도우용으로 출시된 게임을 맥OS용으로 손쉽게 변환해주는 툴킷으로, 빈약한 맥 게임 생태계를 보완해줄 도구로 주목받았다. 애플은 또 해당 행사에서 차세대 맥OS인 ‘소노마’에 컴퓨팅 자원을 게임 구동에 우선 할당하는 ‘게임모드’를 지원한다고 밝혀 게이머들의 환영을 이끌어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5 공개 행사에서 ‘레지던트 이블4’와 ‘어쌔신크리드 미라지’와 같은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처음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들 게임은 모두 콘솔 전용으로 플레이되는 전형적인 고사양 게임으로, 향후 아이폰이 고사양 게임을 이용하는 디바이스로서 입지를 확보하고 나아가 콘솔 등 각종 게임 전용 기기의 아성을 넘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변화는 분명 게임사들에게 중요한 신호"라면서 “콘솔과 스팀덱 등 게임용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사들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애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칠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 스펙상 현격한 성능 개선은 없는 대신 게임 성능 강화를 비롯해 가격 동결, USB-C 타입 적용 등이 아이폰15의 판매 향방을 가를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로서는 사용성 개선을 위해 여러 변화를 줬지만 하드웨어상 큰 혁신이 없다"면서 “경기 불황으로 스마트폰 구매 수요가 줄고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상황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