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국 VC, 될성 부른 K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올들어 5000억…작년의 90%

건수 작년보다 절반 줄었지만

평균 투자 58% 늘어난 109억

'양보다 질'로 선택과 집중 전략

a16z 등 새로운 '큰손'도 등장





미국 벤처캐피털(VC) 업계가 K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K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고 있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많은 기업에 소액을 투자했던 기존 투자 패턴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될 성 부른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VC업계가 한국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4일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와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VC와 자산운용사 등은 올들어 이달 7일까지 K스타트업 45개사에 총 492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90%에 가까운 자금을 K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VC업계의 투자 감소와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위축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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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VC 업계는 성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K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올해 건 당 투자금액은 109억 원으로 지난해 69억 원에 비해 58% 늘었다. 시리즈 A 이하의 투자 건수가 줄어들면서 미국 VC의 투자 건수 자체는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수백 억 규모의 대형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와 모태펀드 규모 축소 등 여파로 국내 대형 VC들이 시리즈 A 위주의 소규모 투자에 주력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그동안 시리즈 A·B·C 투자가 고르게 이뤄졌지만 글로벌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 등도 K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갈수록 시리즈 C, D급의 대규모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미국 VC가 K스타트업 생태계에 등장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요소다. 지금까지는 알토스벤처스, 스트롱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등 실리콘 기반의 몇몇 VC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큰 대형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주도해 개방형 IP(지적재산권) 인프라 스타트업 '스토리 프로토콜'에 약 71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이 대표적.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창업한 마크 안드레센과 당시 임원으로 일했던 벤 호로위츠가 설립한 a16z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투자회사로 꼽힌다. 총 운용자산은 실리콘밸리 최대인 350억 달러(약 46조원)에 달한다. 모건스탠리 내 투자 조직 택티컬밸류(MSTV)는 지난 달 소상공인 플랫폼 ‘케시노트’ 운영사 한국신용데이터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MSTV가 한국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신용데이터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259억 원)로 평가했다.

미국 금융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유명 투자사들은 꼭 해외 진출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소상공인, 태양광, 핀테크 등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춘 회사에도 충분한 밸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며 “한번 투자하면 과감한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투자사와 한 식구가 되면 이들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회사들과 사업연계 기회가 많고 후속 투자 유치 때도 관심을 더 받는다”고 전했다.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또 다른 스타트업의 임원은 “한 업종의 K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다른 글로벌 펀드들도 해당 업종 내 다른 스타트업 투자를 준비한다”면서 “실제 우리 회사가 투자 받은 이후 같은 업종의 유사한 회사들이 다른 사모펀드들로부터 투자를 다수 유치했다”고 전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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