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모로코에 강진이 발생하기 직전 하늘에서 의문의 빛이 번쩍인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3일(현지시간) 이러한 ‘지진광(earthquake lights·EQL)’ 현상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랜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최근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EQL은 정해진 형태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번갯불이나 극지 오로라와 비슷한 형태를 띨 때도 있지만 공중에 떠다니는 발광 구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은 불꽃이 지표면을 따라 움직이거나 커다란 불꽃이 땅에서 피어오르는 형태로 포착될 때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빛의 색깔도 다양하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반짝이기도 하며 길게는 몇 분 동안 유지된다.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직전에는 빛나는 구름이 떠다니는 듯한 모습이 지진광 현상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번 모로코 지진 당일 촬영된 영상에서는 푸른 빛의 섬광이 지평선 바로 위에서 반짝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미국 지구물리학자 존 데어의 연구팀은 2014년 이러한 지진광이 어느 시점에 어떤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1600년대 이후 지진광이 보고된 미국과 유럽 지역 지진 65건 가운데 80%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었다. 이들 지진의 상당수는 지각판이 맞닿는 경계보다는 지각판 안에서 발생했다.
또 발광 현상은 주로 지진 직전에나 지진 도중 관찰됐으며, 진앙에서 600㎞ 떨어진 곳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이 현상은 고지대 사이에 낀 계곡 인근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지진광이 나타나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프리드만 프룬드 미국 새너제이대 겸임교수는 “암석 결정의 특정 결함이나 불순물에 기계적 응력이 가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진 발생 직전에 지체응력(tectonic stress)이 수천㎦의 암석에 작용해 마치 배터리를 켜듯 초당 200m의 전하를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암석 파쇄와 라돈 방출로 생성되는 정전기가 지진광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를 편다.
지진으로 인해 송전선에서 전기 아크가 발생한 것이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빛과 지진의 연관성 자체를 부인한다. 프룬드 교수는 “지진광과 이를 발생시키는 전하, 그리고 기타 요인들을 종합해 지진 예측 능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