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단독] 퇴직연금, 내년 6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로 굴린다

금융위 초안공개…이달 최종 확정

내달부터 알고리즘 테스트 돌입

별도 전용계좌 허용 등 유력검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내년 6월부터 퇴직연금 자산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으로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7일 콴텍과 디셈버,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업자 4곳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유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내년 6월 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에 대한 혁신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으로 코스콤 알고리즘 심사에 7개월, 금융위 규제 샌드박스 심사에 한달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와 관련한 비대면 영업과 수익률 광고는 내년 10월 말부터 허용할 방침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AI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구성·운용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현행 규정 상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업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맞춤 포트폴리오만 제시할 수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예외 자격을 얻으면 여기서 더 나아가 매수·매도·리밸런싱(자산 재조정) 등 일임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투자일임업자,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등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려면 포트폴리오 산출·운용 역량, 알고리즘의 보안·안정성 등 코스콤 테스트베드 센터의 각종 심사를 우선 통과해야 한다. 현재 상용화된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 운용에 최적화돼 개발되지 않은 만큼 별도의 알고리즘 개발과 심사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일반 투자 상품과 달리 퇴직연금용 로보어드바이저는 개별 주식과 레버리지(차입)·인버스(역방향)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편입할 수 없다. 위험자산 비율도 전체 적립금의 70%를 넘지 못한다.





금융위는 세부 내용을 조율한 뒤 이달 안으로 최종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 한도를 입금액 기준 연간 900만 원에서 더 늘릴 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뿐만 아니라 확정기여(DC)형 계좌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을 허용할 지 여부도 추가적인 논의 사항이다. 금융위는 로보어드바이저 전용 IRP 별도 계좌 개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수수료 징구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7월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일임 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련기사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자들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오는 10월부터 곧바로 코스콤에 알고리즘 테스트를 신청할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업체들은 퇴직연금 사업자와 달리 단독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수 없어 증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알고리즘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원칙에 따른 운용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췄다. 운용 전략에 흔들림이 없는 점도 안정성이 우선인 퇴직연금 상품에 적합한 부분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베터먼트, 웰스프런트 등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에 퇴직연금을 맡기는 형식이 이미 대중화됐다.

침체에 빠진 로보어드바이저 업계가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계기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7월 말 1조 9425억 원 수준이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등록 운용자산(AUM) 규모는 8월 5162억 원으로 73% 이상 급감했다. 계약자 수도 같은 기간 37만 7126명에서 29만 9154명으로 크게 줄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 시장에 도입되면 운용 상품을 따로 선정할 필요가 없어 쉽고 안정적으로 노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며 “위험 관리에도 특화돼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채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