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화물열차 80%가 멈췄다…"물류 비상"

■철도노조 총파업 이틀째

평시 대비 화물열차 운행률 19%

파업와중에 4호선 탈선 사고까지

'4조2교대' 수용땐 안전관리 공백

"코레일 방만경영도 손질" 지적도

15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근처 알림판에 파업으로 인한 열차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15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근처 알림판에 파업으로 인한 열차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15일 철도노조의 총파업이 이틀째에 접어들면서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이 5분의 1 토막 나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긴급 화물을 실어 나르는 데도 벅찬 상황이다.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전철의 배차 간격도 크게 벌어지면서 출퇴근길 ‘지옥철’을 경험한 이용객들은 명분 없는 파업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새벽 발생한 작업 차량 탈선 사고와 관련해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업무 태만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열차 92대 중 21대(오후 3시 기준)만 운행 중이다. 평시 대비 화물열차 운행률은 22.8%에 그쳤다. 파업 첫날인 14일에는 총 40대의 화물열차가 운행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매주 목요일 174대의 화물열차가 운행했으니 파업의 영향으로 77% 감축 운행한 셈이다. 다만 국토부가 13일 밝힌 파업 기간 열차 운행 계획상 36대보다는 4대 추가 운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대로 최대한 많은 화물열차를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운송은 화물트럭 등 도로 운송에 비해 안전도가 높아 화주들이 선호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내 시멘트 업계는 물류의 약 20%를 철도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며 “평상시 시멘트 화물열차 운송량은 약 2만 6000톤 수준이지만 어제는 5200톤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철도노조가 2016년 9~12월 72일간 파업했을 당시 시멘트 업계는 약 712억 원(86만 톤)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봤다”며 “9월은 시멘트 업계의 연간 경영 성과를 가늠하는 극성수기에 해당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이 대체 인력을 집중 투입한 여객열차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이용객들은 혼란과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운행률은 고속열차(KTX)가 68.4%(오후 3시 기준), 여객열차가 59.8%, 수도권 전철이 76.1%였다. 특히 출근 시간 수도권 전철은 평시 대비 90%, 퇴근 시간(오후 6~8시)은 80% 이상으로 운행률을 더 끌어올려 출퇴근길 교통 대란을 막아보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실제 전날 퇴근 시간 수도권 전철 운행 횟수는 11.8%, 이날 출근 시간대는 7.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열 대 중 아홉 대는 정상 운행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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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선 역사에서는 한 번에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이 몰리면서 압사 위험을 호소하거나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다수 목격됐다. 한 승객은 “30분 이상 지하철을 기다렸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타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다”고 발끈했다.

파업 참가율도 이날 오후 1시 기준 29.0%로 차츰 높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새벽 수도권 지하철 4호선 범계역 부근에서 선로 보수 장비가 선로에서 이탈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사고는 이날 오전 3시 48분쯤 선로 보수 장비가 범계역에서 금정역으로 이동하던 중 궤도를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궤도를 이탈한 장비를 이동시키고 선로 이상 유무를 점검하느라 출근 시간 총 12편의 열차가 15~63분 지연됐다. 비상수송대책반장인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차량 정비, 시설 점검 등 안전 관리 체계 유지에 이상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철도노조가 파업 명분으로 내건 ‘4조 2교대’ 근무 전면 도입도 논란거리다.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 형태를 바꾸면 근무 인원이 1개 조당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어 안전 관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국민의힘 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기간산업과 경제의 동맥인 철도가 멈춰 수출입 화물 운송에 애를 먹고 있다”며 “국민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에는 엄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참에 방만한 코레일 운영을 손봐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1조 2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5년간 코레일의 이자 비용은 총 1조 8550억 원이다. 연평균 3710억 원, 일평균 10억 원을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하는 셈이다.


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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