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준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주가연계증권(ELS) 잔액이 7조 원대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편입한 ELS로 10개 중 9개 상품, 6조 원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도래한다. 이때까지 반등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이 15일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중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녹인이 발생한 ELS 잔액은 7조 458억 원이다. 전체 파생결합증권 잔액(96조 3000억 원)의 7.3%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녹인 발생 잔액(7조 3000억 원)보다는 3000억 원 감소했다. 상반기 글로벌 주요 증시가 상승하며 상환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 중 대부분이 홍콩H지수를 편입한 ELS로 조사됐다. 문제는 H지수 편입 ELS 10개 중 9개(85.6%)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6조 281억 원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H지수 반등이 일어나지 않으면 상당수 ELS의 손실이 확정되는 셈이다.
ELS는 특정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수익률을 얻는 상품으로 만기 내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지수형 E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돌아오는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만기 전까지 기초지수가 회복되면 만기 상환 조건에 따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만기에 원금 손실 발생 구간인 녹인 밑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1만 1228.63으로 고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50% 이상 하락한 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홍콩H지수는 6275.15에 거래를 마쳤다.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 가운데 절대 다수가 2021년 고점 부근에서 신규 진입했다. 녹인 기준이 없는 상품에도 홍콩H지수 ELS가 있는 만큼 실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부동산발 경기 둔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심화로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며 “H지수 추이 및 녹인 발생 관련 투자자 손실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기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한 ELS와 기타연계증권(DLS·DLB)을 모두 더한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31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9조 3000억 원) 대비 1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지수형 ELS 발행액은 16조 7000억 원, 종목형은 4조 4000억 원, 혼합형은 80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반기 일본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닛케이225 편입 ELS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1% 증가했다.
파생결합증권 상환액은 35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7조 6000억 원) 대비 17조 9000억 원 늘었다. 이는 글로벌 주요 증시 상승에 따른 조기 상환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상환액이 발생액을 상회하면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6월 말 기준 96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02조 2000억 원) 대비 5조 9000억 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