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열에 시달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자신의 대처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119구급대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최근 있었던 일이다. 저녁 9시쯤 4세 남자아이의 고열 신고가 들어왔다”며 “현장에 갔더니 ‘3시간 전부터 열이 났고, 해열제는 한 번 먹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당시 B군의 체온은 38.8도였다. 맥박과 호흡, 혈압 등 활력 징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B군의 부모는 “아이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어서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에 다닌다”며 “지금 당장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이에 A씨는 “단순 고열이고, 아직 해열제를 한 번밖에 안 먹였으니 지켜보자”며 “날 밝으면 그 병원에 가라. 지금 너무 불안하다면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B군의 부모는 “안 된다. 아이의 진료 차트가 그 병원에 다 있어서 거기로 가야 한다”고 재차 요청했다.
A씨는 “가는 데 2시간 넘게 걸린다. 관내를 그렇게 오래 못 비운다”며 “정 가고 싶으면 비용 지불하고 사설 구급차를 타셔라. 우리는 단순 고열 환자는 이송하지 않는데, 그나마 아이라서 근처 병원 이송이라도 해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B군 부모는 녹음기를 켜고 A씨의 소속과 이름을 묻더니 “아이가 잘못되면 다 당신 책임이다. 국민 신문고와 소방서 찾아가서 민원 넣을 거다. 그래도 안 갈 거냐”고 따졌다.
결국 A씨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근처 병원도 안 가신다는 걸로 알겠다”고 말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A씨는 “아이 엄마, 아빠들이 보기에는 어떠냐. 출동한 저와 동료는 미혼이라 아이 아플 때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저희가 잘못한 거냐”며 의견을 물었다.
A씨의 사연에 대해 네티즌들은 “민원 넣겠다고 협박하면 다 해결되는 줄 아네”, “사설 구급차에 쓸 돈은 없나 보다”, “2시간 동안 다른 응급환자가 도움 못 받을 텐데 그런 생각은 안 하나”, “아이 부모가 진상 맞다”, “119 구급차가 택시인가?” 등의 댓글을 남기며 구급대원을 옹호했다.
이와 관련해 ‘블라인드’에는 구급대원의 사연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고, 총 5045명이 참여해 이 중 96.7%인 4879명이 ‘아이 부모가 진상이다’에, 3.3%인 166명은 ‘구급대원이 너무했다’에 투표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에 따르면 구급차 운전자가 △응급환자 이송 △응급의료를 위한 혈액 등 장비 운반 △응급의료를 위한 응급의료종사자 운송 등 용도 외에 운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