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상권 '꼬마빌딩' 몸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가 최고 70층의 1만 4500여 가구로 재탄생하는 정비사업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한동안 침체돼있던 로데오거리에 20~30대가 주로 찾는 맛집이 몰려들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져 투자가치가 상승한 효과로 풀이된다. 다만 호가가 올라간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상승세가 지속할 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8월 압구정로 대로변에 있는 중소형 상업·업무용 부동산(연면적 330~2000㎡) 가격은 토지면적 기준으로 평당 4억 5392만 원으로 3년 전인 2020년(2억 378만 원)보다 약 123% 뛰었다. 이는 올 3분기 서울 평균(8533만 원)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인근 도산대로 꼬마빌딩값도 1억 1530만 원에서 1만 8675만 원으로 올랐다.
압구정로 인근 꼬마빌딩 몸값이 급상승한 건 지난 4월 체결된 '깜짝 거래' 덕이다. 갤러리아백화점과 마주하고 있는, 토지면적 581.6㎡, 연면적 980.2㎡의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건물이 지난 4월 800억 원에 팔렸다. 평당 가격은 4억 5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이전 신고가인 2021년 한화갤러리아가 매입한 압구정로데로역 바로 앞 꼬마빌딩(평당 2억 5000만 원)보다도 80% 비싸다.
한 부동산투자개발 관계자는 "로데오 상권 안쪽은 호가가 2억 원대, 대로변은 3억 원대에 형성돼있어 비슷한 매물보다 1억 원 더 비싸게 팔린 사례"라며 "임대 수익 목적보다는 미래가치와 상징성이 높다고 판단해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도산공원 바로 앞 토지면적 131.2㎡, 연면적 280.8㎡ 규모의 꼬마빌딩도 같은 달 3년 전보다 73% 상승한 평당 2억 3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부동산 업계는 압구정 상권이 3년 전부터 되살아난데다 인근 아파트 재건축이 가시화된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압구정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부터 0%를 기록 중이다. 올 2분기 기준 서울 평균 공실률은 6.9%다. 2010년대 압구정로데오는 상가 5곳 중 1곳이 공실일 만큼 낙후된 상권으로 꼽혔으나, 임대인들이 2017년부터 임대료를 낮추기 시작하자 백곰막걸리·카페 노티드·다운타우너 등 맛집이 생겨나며 20~30대 '핫플'로 떠올랐고 결국 부활에 성공했다.
여기에 맞은편 압구정동에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이 진행 중인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 계획이 확정된 2~5구역 외에 1·6구역도 최고 50층 안팎의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가결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총 1만 4520가구가 새로 들어서게 된다.
다만 호가가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 상승세가 잦아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로데오거리 안쪽 토지면적 97.9㎡, 연면적 251.3㎡ 규모의 꼬마빌딩 호가는 190억 원이다. 직전 거래가는 2017년 80억 원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구 신사동의 꼬마빌딩 거래건 수는 총 15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2건 늘어나는데 그쳤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 압구정 일대 꼬마빌딩은 매매가 대비 임대수익률은 떨어져 대출을 끼고 매수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낮아도 안정적인 수익과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부동산 큰 손'들의 문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