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의 발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통계청의 ‘통계 조작’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여당에서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정당화하고 주요 소득지표 악화를 숨기기 위해 관련 통계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세 인상을 위해 일반적으로 국제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한 통계를 발표하고 비정규직이 늘자 관련 고용지표도 왜곡했다는 주장이 곁들여졌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번 의혹의 ‘배후’로 지목하는 한편 수사기관의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문재인 정부 통계 왜곡의 역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이었던 홍장표 전 수석은 소득 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노동소득 분배율’ 정의를 변형해 ‘노동소득 분배율이 지난 수십 년간 하락했다’는 주장을 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홍 전 수석은 해당 지표 계산식의 분모를 기존의 국민소득(NI)이 아닌 국민총생산(GDP)으로 바꿔 적용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계산법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로 차이 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홍 전 수석이 사용한 노동 분배율은 분모에 GDP를 사용해 자본소득이나 노동소득으로 일방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일명 ‘감가상각’이라고 불리는 고정자본 소모를 포함한 오류가 있었다고 유 의원은 지적했다. 고정자본 소모는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비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본의 몫으로 분류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다. 실제로 고정자본 소모 비율은 1970년대 GDP의 6%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20%에 이르고 있어 분모에 포함할 시 노동소득 분배율이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 의원은 보고서에서 “소득 주도 성장의 용어도 임금 근로자가 대부분인 국가를 대상으로 출발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 주도 성장 이론을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 정도인 한국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그 이름을 바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노동소득 분배율에 대한 잘못된 정의로부터 출발한 통계를 자의적으로 사용과 한정된 정책 수단에 기인한 오류”라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통계를 왜곡·조작함으로써 부동산 정책 실패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 없이 유동성 과잉과 고도한 부동산 세금 부과로 부동산 가격이 급증하자 이를 가리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상승률 통계의 표본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높이는 근거로 사용된 ‘부동산 실효세율’은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엉터리 통계’ 기준에 근거한 것으로 이 때문에 한국은 2021년 기준 경제 규모 대비 부동산 세금이 전 세계 1위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해 △가계 동향 표본 개편 △노인 재정 일자리 통계 왜곡 △비정규직 통계 왜곡 등이 자행됐다고 유 의원 측은 전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은) 주식회사 문재인 정권의 회계 조작 사건”이라며 “국가의 기본 정책인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만한 정부”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가의 이름을 빌려 행해진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은 반(反)국가적 행위 그 이상의, 국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만행으로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당시 통계 조작에 가담하고 배후에서 국기문란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지시한 인사들을 끝까지 발본색원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 대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며 문 전 대통령에게 입장 표명을 압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14일 발행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 자료를 첨부하며 문재인 정부 기간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는 감소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