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중국 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를 비롯해 올해 들어 미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타격이 될 만한 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국이 5월 자국 주요 정보 시설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한 것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약 7개월 만에 마침내 큰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했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제재를 발표한 후 한동안 중국의 대응은 비교적 상징적인 조치들에 집중됐다. 중국 상무부가 2월 미국 방산 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신뢰할 수 없는 개인·기업’ 명단에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 명단에 오르면 벌금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록히드마틴·레이시온은 중국에 방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 영향이 미미하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중국 매출이 11%(2022 회계연도 기준)에 달한다.
이후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단행하며 자국에 ‘광물 무기화’ 카드가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게르마늄·리튬 생산량의 약 80%, 60%, 1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중국 반독점 기관의 허가가 늦어지면서 지난달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업체 ‘타워 세미컨덕터’의 인수를 포기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중앙 부처 및 공공기관 직원들에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관련 외신 보도들을 부인하면서도 아이폰의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배척 기조는 애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애플 매출에서 중국·홍콩·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달했다. 파울라 펜칼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선임 반도체 연구원도 “(마이크론 이외) 미국 기업들의 중국 판매 비중은 상당하다”며 “만약 중국이 (미 기업에) 타격을 입히기를 원한다면 제재 대상 기업을 더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