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엄마 찾던 4세 아이 따라갔더니…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있었다

12·10·9·4세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생활한 ‘쓰레기 집’의 모습. 사진 제공=제주경찰청12·10·9·4세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생활한 ‘쓰레기 집’의 모습. 사진 제공=제주경찰청




경찰관이 폭염 속에서 엄마를 찾아다니는 아이를 집에 데려다 줬다. 그런데 집안은 온통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찼다고 한다. 이런 집에서 네 명의 아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



18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오전 7시 30분께 A(4)군이 제주시내 거리를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출동한 경찰관은 이 아동이 과거에도 홀로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보고 행인이 신고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과거 신고 기록을 토대로 아동을 보호자에 인계하기 위해 A군 주거지로 향했다.

A군 모친인 B(40)씨가 문을 연 순간 경찰은 B씨 뒤로 보이는 집 안 상황에 주목했다. 집은 가득 쌓인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B씨는 이런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A군과 함께 12살, 10살짜리 세 자녀와 9살 조카를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제주보안관시스템 실무협의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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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보안관시스템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과 제주도, 제주도교육청, 법조계, 의료계, 보호지원기관 등 지역사회의 모든 기능이 협력해 범죄 원인을 발견하고 이를 신속하게 해소하는 협의체다.

논의 결과 경찰은 긴급 주거환경 개선과 B씨에 대해 상담과 교육위탁이 이뤄지는 임시조치 5호를 결정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에 대한 상담치료를, 가족사랑상담소와 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B씨의 우울증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 교육 상담을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2월부터 가동한 제주보안관시스템은 지난달 말까지 7개월간 피해사례 70건에 대해 맞춤형 보호·지원 277건을 벌였다.

경찰은 이 시스템을 활용한 덕에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한 112신고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제주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로 제주보안관시스템은 행정안전부 주관 '2023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찰청 대표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상률 제주경찰청장은 "전국 최초로 제주보안관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 안전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법제화 추진 등을 통해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약자 지원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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