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양대 노총에 장기간 위탁 운영해온 노동자복지관 2곳이 일반 근로자보다 노동조합원에게 편향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시의 '노동자복지관 민간위탁사업 운영실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12일∼올해 1월20일 영등포구 서울시노동자복지관과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의 민간위탁 사업 운영 전반을 살폈다.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는 1992년부터 서울시노동자복지관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는 2002년부터 강북노동자복지관을 관리·운영해왔다.
서울시는 조사 보고서에서 "위탁 사무는 공익적 목적을 지니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수혜 대상에 대해 편향적이지 않고 중립성을 띠어야 타당하다"며 "그런데 노동자복지관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근로자를 위한 복지시설로써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특정 노조 단체의 사무실·지원시설로 상당 부분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복지관 외벽에 시의 승인 없이 각 노총 서울지역본부의 간판을 설치해 일반 근로자를 위한 복지관이라기보다는 노조 건물로 인식돼 사실상 일반 근로자의 이용·접근 제한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 프로그램과 시설 대관 실적을 확인한 결과 일반 근로자보다는 노조원에 편향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일반 노동자와 대시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특정 단체가 장기간 위탁을 맡으면서 독점과 다른 없는 형태로 운영된 점도 문제로 삼았다. 보고서는 "복지관 시설 관리와 노동·복지 프로그램 사업은 공개입찰(모집)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충족했다고 판단되나 수의계약(재계약)으로 특정 단체가 20∼30년 장기간 위탁계약 운영했다"며 "그 결과 장기 독점이 가능한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수탁기관은 스스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 등의 유인이 적었다"고 평가했다. 또 "수탁기관은 복지관 시설 운영, 복지 프로그램 제공, 예산집행과 관리, 인사 채용, 물품 관리 등 위탁사무 전반에 걸쳐 책임성이 결여된 상태로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노동자복지관이 부실하게 운영되는데도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양대 노동조합과 민간위탁 재계약을 추진해 질적 발전에 정체를 야기하고 다양화되는 노동복지 수요 충족과 취약계층 노동자 복지 강화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 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재위탁 또는 재계약 시 관계 규정에 따라 민간위탁 적정성 검토를 충실히 이행하고 업무 관련자 교육, 문제점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서울시는 두 노동자복지관 2곳을 다른 민간 단체에 개방하기로 하고 올해 7월 공개모집을 시행했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은 새로운 위탁기관이 선정됐으며 시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 새 위탁계약이 시작되는 이달 24일까지 퇴거해달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