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꼭 필요한 놀이터·경로당·유치원 등의 생활 편의시설과 복지시설을 지역에 산재한 저이용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 주민의 생활 반경 안에서 다 나은 일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 입니다.”
도시재생은 전면 철거 후 재건축·재개발 하는 방식의 개발이 원주민 이탈, 공동체 와해라는 부작용을 일으키자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김세용(사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국내 도시재생 권위자 중 한 명이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이력 곳곳에서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GH의 주요 사업 중 하나도 도시재생이다.
서울경제는 지난 14일 수원 GH본사에서 김 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성과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김 사장은 뉴타운 광풍이 불던 2000년대 중·후반 무렵을 되짚었다. 그는 “뉴타운 사업이 서울에서 출발해 전국 곳곳으로 퍼진 셈인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2개 구(區) 에서만 하기로 계획했다"며 "하지만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하자고 해서 결국 25개 구가 다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분양 사태의 속출과 아파트 위주 개발로 개발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원주민이 떠나야 하는 현실과 재건축조합내 갈등을 비판했다. 뉴타운 출구전략으로서의 도시재생이 등장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상황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도시재생을 서울에서 시작한 것이 2012년으로 겨우 10년 이며 전국적으로 확대된 시기는 5~6년 정도”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 50조 원 가량을 도시재생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지금 그것을 다 쓰지도 못했고, 짧은 기간을 갖고 성과가 있다 없다”를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단언했다. 도시재생의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십 년 세월에 걸쳐 모델을 만든 외국 사례에 비춰 볼 때 10년 안팎인 한국 도시재생 역사가 단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강산이 변한다는 이 시간이 결코 짧다고만 하긴 어렵다. 김 사장은 “‘재생피로’라는 말이 있다. 보도를 바꾸고, 동네 페인트 칠도 하고, 예쁘게 바뀌었지만 내 집은 왜 계속 낡아 갈까. 내 집 안까지는 도시재생의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것. 세입자들은 임대료만 더 내는 것 아니냐. 도대체 내게 무슨 이익이 오는가. 재개발이라도 하면 딱지라도 받는데… 이런 생각이 있는 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관 주도 도시재생의 문제점은 확실히 인정했다.
다만 김 사장은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재정위기 등을 고려할 때 고밀개발의 대안인 도시재생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기존 도시재생의 문제점을 보완한 ‘도시재생 시즌2’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도시 내 저이용·유휴공간이나 시설을 입체화해 주민들의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공간복지’가 그것이다. 그는 “걸어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거점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도에 다가구, 빌라 등 지역이 많고 이런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민 커뮤니티·편의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의 ‘도시재생 시즌2’는 이미 첫발을 뗐다. GH는 지난달 ‘공간복지 1호사업’으로 동두천 빈집을 활용한 아동돌봄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비 약 55억 원을 투입해 주민 공동이용시설을 짓고, 지자체는 이 시설을 주거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위한 돌봄 공간으로 활용한다.
김 사장은 이 사업을 시작으로 “금년 중 후보지 선정 예정인 ‘마을형 공간복지 시범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그는 “낙후된 도시의 물리적 복원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공관리의 패러다임을 창출해 경기도민의 삶의 질과 사회·환경을 증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