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에서 KBS·MBC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CJ ENM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마땅히 내야 합니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CJ ENM 같은 대형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에도 징수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기존 법안이 미디어 시장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포털 등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며 업계에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20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개정안은 방발기금 부과 대상자에 전년도 매출액이 3000억 원을 초과하는 MPP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방발기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콘텐츠 제작 지원이나 인력 양성 등 방송 통신 발전 사업을 위해 방송 사업자에게 징수하는 법적 부담금이다. 기금은 사업자당 전년도 방송 서비스 매출액의 6% 내 범위에서 부과된다. 현재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케이블TV, 인터넷(IP)TV, 홈쇼핑 사업자 등은 방발기금을 직접 내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는 주파수 할당 대가를 통해 내고 있다.
개정안은 방발기금 운용에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MPP와 OTT 등의 점유율과 수익이 확대되는 반면 방발기금은 기존 미디어 사업자만 내다 보니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사업자 시청 점유율에서 1위 KBS, 2위 MBC에 이어 MPP인 CJ ENM가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CJ ENM은 매출액 3000억 원을 넘는 대형 MPP에 해당한다. 정 의원은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책임과 역할도 필요하다”며 “정기국회 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으로 OTT와 포털 등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OTT와 포털은 현행 방송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야 모두 방발기금 징수 확대에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이용빈 민주당 의원은 2021년 OTT에 방발기금을 걷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OTT의 공적 의무 부여에 대해 “여론 수렴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부담과 규제를 지우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금 징수 대상이 확대될 경우 기업이 져야 할 지출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PP와 OTT가 매출이 높아 기금을 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OTT 대부분이 적자인데 방발기금 징수가 OTT 사업 활성화나 이용자 혜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