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하 벙커를 단숨에 타격할 수 있는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B’는 1000억 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한다. 우리 해군이 경항공모함을 도입하면 함재기로 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이 가능한 F-35B가 유력하다. 그런데 미국 본토 상공에서 비행 도중 F-35B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 외신이 잇따라 보도하면 화제가 됐다.
18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35B 한 대가 전날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비행 도중 사라졌다. 1000억 원이 넘는 전투기가 행방불명 되는 사태,즉 분실이란 소식에 미군 당국의 대응을 조롱하는 댓글이 폭주했다.
이유인 즉 고장 여부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종사가 비상 탈출했다. 하지만 전투기는 하루가 지나도록 행방이 묘연했다. 사고 당시 전투기는 자동조종 모드로 비행 중이었기 때문에 조종사가 탈출한 뒤에도 한동안 계속 비행을 했다. 문제는 추락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곧바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F-35B 전투기가 스텔스 기능이 있어 레이더로 탐지가 안 되기 때문에 사고 항공기 비행경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능으로 사고기 레이더로 탐지 못해
심지어 해당 기지는 주민들에게 실종 전투기의 소재와 관련한 정보를 알려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리기까지 했다. 기지 측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중의 협조를 요청한다”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전화해 달라”며 전화번호도 남겼다.
그러나 기지의 SNS 계정에는 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폭주했다. 일부는 “전투기를 본 것 같다”는 제보를 남기기도 했으나 “보상금이 있냐”, “쿠바로 갔다고 한다”, “공중에서 상시 감시하는 위성이 있는데 전투기를 잃어버렸다니” 등의 댓글이 밈과 함께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F-16 전투기를 공급해달라고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F-35 전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과 유사한 사례로는 1989년 당시 소련의 미그-23기의 추락 사고가 있다. 폴란드 상공에서 전투기가 오작동을 일으킨 뒤 조종사는 탈출하고 전투기는 900㎞ 떨어진 벨기에에 추락했다. F-35B 전투기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 17일 영국 왕립공군 소속의 F-35B 전투기가 퀸엘리자베스호에서 이륙하던 중 지중해로 추락했다가 3주 만에 인양되기도 했다.
F-35B는 기본형으로 미 공군이 운용하는 F-35A를 기반으로 해서 제작된 항공기로 미 해병대에서 주로 운용한다. 스텔스 기능뿐 아니라 이륙 거리가 짧고 수직 착륙 기능도 갖췄다. 대당 가격 8000만 달러(약 1060억 원)를 상회한다.
F-35B가 배치되기 이전까지 미 해병대는 ‘AV-8B 해리어 II’ 수직 또는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를 강습상륙함에서 운용했다. 항공모함과 달리 강습상륙함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의 길이가 제한돼, 항공기의 이륙을 돕는 캐터펄트 즉 사출기가 없다. 이 때문에 전투기의 자체 능력만으로 이착륙을 해야 한다. 하지만 AV-8B 해리어 II 전투기는 최대 속도가 마하 0.9에 전투행동반경은 556km로, 미 공군 및 해군의 다른 전투기에 비교할 때 속도나 전투행동반경이 상대적으로 적다. 무장 탑재 능력도 4.2톤(t)에 불과하다. 심지어 AV-8B 해리어 II 전투기는 미군 전투기 가운데 사고율이 가장 높은 기체로 꼽힌다.
최고속도 마하 1.6에 전투반경은 935㎞
반면 F-35B는 이전의 AV-8B 해리어 II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속도와 전투행동반경 그리고 무장탑재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탑재된 레이더를 비롯한 항공전자장비의 경우 우리 공군이 운용중인 F-35A와 동일하다. 게다가 AV-8B 해리어 II 전투기에는 없는 스텔스 성능을 가지고 있다. 무장 탑재 능력도 내부무장창을 포함 6.8톤으로 대폭 늘어났다.
게다가 AV-8B 해리어 II 전투기는 장착된 터보팬 엔진의 배기구를 움직여 수직 또는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하다. 반면 F-35B는 별도의 리프트 팬을 장착해 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이 가능하다. 이륙과 착륙에 사용되는 리프트 팬은 4만500 파운드의 추력을 자랑한다. 다만 F-35B는 수직이륙을 할 경우 무장을 장착할 수 없어 단거리이륙을 주로 사용한다.
미 공군은 F-35A, 미 해병대는 F-35B만 운용하고 있다. 둘은 운영 방식과 정비체계, 조종사 훈련체계가 다르다
F-35B는 길이 15.7m, 폭 10.7m, 최고속도 마하 1.6에 전투 반경은 935㎞에 이른다. 탐지거리가 500㎞ 이상으로 적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최첨단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AESA)인 'AN/APG-81'을 탑재했다. 최대 8.1t의 무장 탑재 능력을 갖춘 F-35B는 AIM-120 암람 공대공 미사일, 정밀 유도 폭탄 'GBU-32' 합동직격탄(JDAM), 레이더 기지 파괴용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등을 발사해 적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유사시 평양의 김정은 지하벙커를 단숨에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무기체계 중 하나다.
F-35B는 경항모에 가장 적합한 함재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F-35B는 바다 위 흔들리는 함정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항공기다. 또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F-35C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륙할 수 있다. 튼튼한 골격과 착륙장치, 단거리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특수엔진과 주요 구성품을 해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염처리 등 특수성능도 보유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점인 스텔스 기능을 갖췄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F-35B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이 중국의 J-15(4세대)가 4㎡,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F/A-18E(4.5세대)가 0.1㎡인 것에 비해 0.0005㎡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RCS는 적이 레이더를 쏴서 우리측 전투기를 탐지할 때 적에게 반사돼 돌아가는 면적을 일컫는 것으로, 이 면적이 작을수록 적이 우리측 전투기를 탐지하기 어려워진다. F-35B는 전투기 탐지 레이더에 새보다 작게 표시돼 탐지 자체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F-35B에 탑재된 최신 레이더는 동일 표적을 기준으로 F/A-18E에 비해 1.2배 먼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
비행 중 이상으로 조종사가 탈출한 뒤 실종됐다 하루 만에 잔해로 발견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미국 군 당국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공에서 조종사 탈출 후 실종된 F-35B의 잔해가 윌리엄스버그 카운티 외곽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군이 대중을 상대로 실종된 전투기의 잔해를 찾는 데 도움을 요청한 지 하루만이다.
미 당국은 성명을 통해 “F-35B의 잔해가 찰스턴 합동기지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전투기의 마지막 위치로 기록된 찰스턴시 북쪽의 몰트리 호수와 매리언 호수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한 결과, 전투기의 잔해로 확인되는 물체를 발견한 것이다. 기지 관계자는 “조종사가 탈출할 때 전투기가 자동 조종 모드로 설정돼 있었고, 한동안 공중에서 계속 비행해 잔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조사관이 사고 현장을 수사중이니 해당 지역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군 당국은 발견된 잔해가 실종된 F-35B 전투기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지만 잔해가 어느 정도 발견된 것인지,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분실했다 찾은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전투기가 실종된 뒤 미국 정치권 등에서는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어떻게 F-35를 잃어버릴 수 있나, 추적 장치가 없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