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 겨냥한 도발”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존적 위험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78차 유엔총회 일반 토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러시아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의 최종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을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군사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모두 연대해 원칙에 입각, 일관되게 행동할 때 불법적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맹·우방국들과 강력한 대(對)러시아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인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 재촉진’을 위해 글로벌 격차 등 도전 과제 해결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2년째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경제 위축과 식량·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며 “전례 없는 복합 위기 속에서 국가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발·기후·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원전·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CF) 연합을 결성하는 한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개도국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밖에 “부산세계박람회를 통해 한국의 성장과 발전 경험을 국제사회와 널리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카본프리 연합 만들것" …尹, 원전동맹 드라이브
美 유엔총회서 기조연설
이르면 내달 'CF연합' 결성 목표
원자력·수소 등 에너지원 다양해
재생에너지 'RE100'보다 실용적
개도국 탄소 감축·산업화에 도움
일반 기업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한편 글로벌 3대(개발·기후·디지털) 격차 해소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윤 대통령은 약 15분간 국제사회의 각종 도전 과제를 언급하며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를 재촉진하기 위한 구상을 소개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2024~2025년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 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굳게 연대해 힘을 모을 때 어떤 불법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어젠다를 제시하며 기후위기를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설에서 2021년 유엔 주도로 출범한 ‘카본프리(Carbon Free·CF)이니셔티브’에서 한발 더 나아가 CF연합을 우리가 주도해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까지 국내에서 CF연합의 결성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기업, 각국 정부, 국제기구 등을 대상으로 협력 사업을 집중 전개할 예정이다.
CF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수소 등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CFE)의 글로벌 표준으로 삼자는 정책 제안이다. 이는 원전 등을 배척해 규제하고 풍력·태양에너지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로만 기업 전력사용량의 100%를 충당하도록 하는 기존 정책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보다 한층 실현 가능하면서도 실용적인 구상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CF연합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선언적 캠페인 성격의 CF이니셔티브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국제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CF연합이 출범하면 원전·수소에너지 등에 대한 국제적 기술표준과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기술 연구 및 산업 생태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는 사실상의 원전·수소 동맹 결성 제안으로 해석된다. 이는 세계적 원전·수소에너지 기술력을 가진 우리 에너지 산업계의 해외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력 수요자인 일반 기업들 입장에서는 CF연합이 추진될 경우 RE100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탄소 배출 저감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설치·운영 비용 및 에너지 생산 효율 면에서 일반 재생에너지에 비해 원전 등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과 LG·SK 등은 RE100에 참여했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으로 고민해왔다. 삼성만 해도 2050년까지 전사 차원에서 RE100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7조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CF이니셔티브 및 CF연합 추진 배경에 대해 “기업들에 (재생에너지 외에도 원전·수소 등의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RE100 이행을 계속 지원하면서 CF연합을 통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탄소 중립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영국의 차관으로 건설한 고리 1호기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이 됐듯 CFE 확산을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은 개도국의 탄소 감축뿐 아니라 산업화를 실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尹 "부산,자유 확장·성장 경험 공유 연대의 엑스포 될 것"
美서 '부산 박람회' 막바지 홍보
순방 이틀간 17개국과 양자회담
尹 "부산 '한강의 기적' 이끈 상징 도시"
김건희 여사도 부산의 맛·멋 알리기 적극 동참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막바지 홍보 열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이 ‘한강의 기적’을 이끈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며 엑스포 개최지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 주요 개발도상국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부산은 6·25 당시 자유의 마지막 보루였다”며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2위의 환적항으로 발돋움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끈 도시”라고 설명했다. 또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 부산에서 엑스포를 열고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며 “글로벌 책임국가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이뤄낸 성장과 발전 경험을 국제 사회에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1851년 런던은 산업혁명 엑스포, 1900년 파리는 문화 엑스포, 1962년 시애틀은 우주 시대를 연 엑스포, 2000년 하노버는 환경 엑스포였다”며 “2030 부산은 연대의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2일 차인 19일에도 8개국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전날까지 포함하면 총 17개국을 만났다. 순방이 끝날 때까지 20여 개국과 추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코트디부아르 부통령 접견을 시작으로 가나 정상 부부와 오찬을 했고 모나코·수리남·레소토·벨리츠·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정상과 양자 회담을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부산엑스포가 상호 맞춤형 투자·일자리를 창출하며 미래 세대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는 전략 파트너십을 구축할 만능 플랫폼이 될 것임을 상대국에 적극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도 부산의 매력 알리기에 동참했다. 김 여사는 19일 맨해튼 ‘삼성 837’에서 열린 ‘한가위 인 뉴욕’ 행사에서 11개국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부산은 우리 경제가 커나가는 데 어머니의 탯줄과도 같은 도시”라고 전했다.
특히 김 여사는 행사장에 마련된 ‘부산 포장마차’에서 부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외신기자들과 시식했다. 또 참석자들에게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 메시지가 담긴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하는 국가들의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 수준인데 우리 수출에서의 비중은 3%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출시장 다변화와 핵심 광물 보유국과의 공급망 다변화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