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이 40층 높이의 무료 전망대를 갖춘 돛단배 형상 랜드마크 건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가 낡은 버스터미널과 철도차량기지를 입체적으로 복합 개발하는 ‘공간 대개조’의 선도사업으로 동서울터미널을 선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20일(현지시간) 양일간 미국 뉴욕 허드슨강 일대 수변 중심의 도심복합개발단지인 ‘허드슨야드’와 혁신개발 건축물 ‘원 밴더빌트’ 살펴본 뒤 동서울터미널을 ‘100년 서울 도시공간 대개조’ 선도사업으로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허드슨야드’는 철도역 등 약 11만㎡ 부지 상단을 덮어 오피스, 호텔, 주거시설 등을 입체적 복합개발한 사업이다. 벌집 모양의 구조물 ‘더 베슬’, 고가철도 위 공원 ‘하이라인’, 복합문화시설 ‘더 셰드’, 100층 높이 야외전망대 ‘엣지’ 등 독특한 건축물이 많은 뉴욕 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원 밴더빌트’는 건물 바워리 세이빙의 용적 약 9750㎡의 공중권을 양도받아 지상 93층 고밀 개발된 건축물로 상부 335m에는 전망명소 ‘서밋'을 보유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동서울터미널은 광나루터를 오갔던 돛단배를 형상화한 입면에 40층 높이 건물로 재건축된다. 타워 최상층을 비롯한 중층부 곳곳에는 ‘서밋’과 같이 서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과 공중정원, 수변 전망데크 등이 공공기여로 들어선다. 스타필드와 이마트 본사가 입점할 예정이며 버스 승하차장과 주차장은 지하(지하 3층~지상 1층)로 내리고, 터미널 시설 규모를 현재의 1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신세계프라퍼티PFV가 민간사업자로 참여하며 시는 이달 중 사전협상을 마무리하고 2025년 착공, 2028년 준공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허드슨 야드는 민간개발 사업임에도 공공공간이 많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며 “동서울터미널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콘셉트는 용산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공공(SH공사) 주도의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부지도 동서울터미널과 같은 광역교통 중심의 복합개발 구상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시는 공공공간 조성을 위해 ‘제2세종문화회관’ 혹은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에 ‘더 셰드’와 같은 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허드슨야드 프로젝트 일환으로 건축된 ‘더 셰드’는 철제 바퀴가 달린 구조물로 이동 방향에 따라 특정 공간을 실외 또는 실내 공연·전시장으로 바꿀 수 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허드슨강에 인공섬이자 수상공원인 ‘리틀아일랜드’가 조망 명소로 기능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만큼 노량진, 용산에서도 조망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오 시장은 93층 높이의 원밴더빌트가 1913년 개관한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인접한 채로 개발된 점에도 주목했다.
원밴더빌트를 설계한 회사 KPF에 따르면 원밴더빌트는 건축 심의 과정에서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 대한 존경을 건축물에 담아라’ ‘그랜드센트럴이 석조건물인 만큼 유리를 사용하지 말아라’ 등을 요구를 받았다. 이에 KPF는 원밴더빌트에 세라믹을 사용하고 시각적으로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연결되도록 표현하는 방식으로 93층 설계에 대한 건축 허가를 이끌어냈다. 디자인을 통해 문화재와 초고층 건물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국내에선 불가능한 실정이다. 서울시의회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르면 문화재 100m 범위 안에 위치한 건물은 앙각 규제를 적용 받는다. 문화재의 경계선 지점 높이로부터 27도 선을 그어 모든 건물 높이가 그 아래로 들어와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로 인해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숭례문·탑골공원·종묘·덕수궁·광통관·덕수궁 등 여러 문화재 주변지역 개발사업을 두고 번번이 갈등을 빚어왔다.
오 시장은 “역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개발 방법론에 대한 안을 엿볼 수 있었다”며 “뉴욕 개발 사례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