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찾은 강원도 횡성군의 넥스트바이오 커피 가공 공장에 들어서자 향긋한 커피 향이 코 끝을 찔렀다. 신선한 원두가 대형 로스팅 설비에서 볶아지면서 공장이 아닌 카페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6톤 이상 로스팅이 가능하다. 이 정도 규모의 로스팅 라인을 갖춘 국내 기업은 손에 꼽는다. 넥스트바이오는 2016년부터 콜드브루 커피원액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넥스트바이오가 독자 기술력을 뽐내는 비결은 30㎡ 남짓한 좁은 공간에 있었다. 밀폐된 둥근 방 안에 설치된 자동화 장비는 고속으로 콜드브루 커피 원액을 뽑아내고 있었다. 넥스트바이오는 고농도 저온 추출 기술을 적용해 자체 설계·제작한 ‘슈퍼 드롭(Super-Drop)'이라는 장비로 콜드브루 커피 원액을 대량 생산한다. 하루에만 커피 100만 잔(350㎖)을 만들 수 있는 10톤 규모의 원액 제조가 가능하다. 원액 농도는 에스프레소보다 3배 이상 진하다. 슈퍼 드롭 공법은 최초로 개발된 기술로 평가받아 정부의 ‘국산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는 “콜드브루 커피는 에스프레소보다 떫거나 쓴 맛이 덜하고 깔끔하다”며 “우리 회사 제품은 저온에서 추출돼 신선한 원두 맛을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온 냉각 분쇄 방식으로 원두 영양성분, 향, 맛, 색상 등 열에 의한 변형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넥스트바이오의 기술력은 세계 최대 식음료 기업 네슬레도 인정했다. 넥스트바이오는 현재 콜드브루 커피 분말을 네슬레 해외법인에 수출하고 있다. 폴바셋, 할리스, 이디야 등 국내 유수의 커피 프랜차이즈도 이 회사의 커피 원액을 납품받는다. 신 대표는 “몇 달 전에는 프랑스 커피 업체인 마네(Mane) 회장이 직접 공장에 찾아와 추출 설비를 보고 감탄했다”며 “우리만큼 고농도로 콜드브루를 뽑아낼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전체 거래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0%지만 앞으로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는 국내외에서 공급 요청이 잇따르면서 공장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찾은 사업장에선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별관 공장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본관 공장과 신관 공장에 이어 3개의 공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매출 166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80억 원 가량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설이 완료된 후 공장이 풀가동된다면 매출액은 5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현재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사업 구조를 앞으로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다변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독자 브랜드 ‘브루젠’을 론칭하기도 했다. 시그니처·바닐라·디카페인·그린밸류 등 4종류의 콜드브루 인스턴트 커피와 원액 형태의 액상 커피가 브루젠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진 콤부차도 선보이는 등 기능성 음료 시장에도 진출했다. 신 대표는 “넥스트바이오만의 독창적인 추출 기술력을 활용해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천연허브 추출물을 이용한 가글용 액상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