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라 살림 적자 GDP 3% 초과, 재정준칙 더 늦춰선 안 된다


올해 말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80조 원대로 4년 연속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25일 기획재정부의 재정 운용 계획과 세수 전망 등에 따르면 실질적인 정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말 82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올해 명목 GDP(2235조 원)의 3.7%에 이른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어서는 것은 2020년(-5.8%), 2021년(-4.4%), 2022년(-5.4%)에 이어 4년째가 된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의 3% 초과는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 준칙 상한(3%)을 넘는 수준이다. 4년 연속 ‘3% 초과’는 나라 곳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다.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펑크’다. 기재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341조 4000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 편성 전망치 400조 5000억 원보다 59조 1000억 원(14.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세수가 올해 대비 33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금이 적게 걷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재정 적자 폭은 더 커지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초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을 향해 “재정 준칙 도입을 서두르라”고 쓴소리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 강화를 주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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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건전 재정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재정 준칙 법제화는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로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준칙 논의를 뒷전으로 미룬 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다시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의힘도 농림어업에 쓰이는 석유류의 면세 혜택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 등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다. 재정 준칙 도입을 계속 미루면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가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여야 정치권이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재정 준칙 입법을 서두르고 총선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경쟁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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