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민주주의다.”
“사법방해 이재명 구속! 도주우려 이재명 구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앞둔 26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앞 도로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수백명이 모이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 인용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각각 내거는가 하면, 스피커로 구호와 노랫소리를 내보내면서 일대를 몹시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법원 정문을 향하는 길목을 중심으로 건물 입구 쪽은 반대자들이, 도로 초입 쪽은 지지자들이 점거했다. 경찰은 이들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서 혼란이 없도록 조치했다. 특히 경찰은 이 대표의 지지자가 보수단체 텐트 쪽으로 지나가려 하면 길목 자체를 막아서서 통행을 막기도 했다. 경찰의 사전 대비에 다행히 이날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의 제지에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경찰의 노고는 알지만, 이 대표님 지나가는 길목에서 우리 시민들이 힘을 보내야 하니까 간격을 벌려달라”면서 “아니면 시민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도로 양 옆 바리케이드에 바짝 붙어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기각돼서 나올 수 있도록 이 대표를 지키자”고 소리쳤다.
지지자들 일부는 궂은 날씨에도 전날 저녁부터 이 일대에서 밤샘 노숙을 했다. 부산과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도 있었다. 어젯밤 부산에서 이 대표를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는 윤 모(71) 씨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검사, 판사 등 300명을 고소했다”면서 “김성태, 유동규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도 작성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 정문 입구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이재명 구속”을 연호하면서 일대를 소란스럽게 했다. 집회 주최자는 “이 대표가 지나갈 때 물건을 던지지는 말라”면서 “야유까지는 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해 피켓을 나눠주던 60대 여성은 “이재명의 죄가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사기꾼의 몸통”이라면서 “정작 (구치소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안 들어가고 주변인들만 구속됐다”고 분노했다.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 이 대표의 퇴정 시간까지 대기했다가 해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원 안팎의 긴장감은 이 대표의 영장 실질 심사 종료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중랑구 녹색병원 응급실을 나섰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같은 당 정청래·고민정·서영교 의원 등과 악수한 뒤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나온 이 대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앞에 나온 지지자들은 “대표님 힘내십시오”, “진실은 승리합니다”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떠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님 눈이 총기가 좀 있으셨지만 나오는데 앞에 사람을 보다 휘청하시더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묻자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말씀 한마디도 안 하고 나오셨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