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심각한 주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친환경 건설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2027년까지 450억 유로(약 64조원)를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총리는 25일(현지시간) 건설업계 경영진들과 만난 후 연설에서 이같은 내용의 주택 공급 부족 대응책을 발표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에는 저렴한 주택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건설 분야에서 활동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25년부터 신규 건설 주택에 의무화할 예정이었던 에너지효율 기준인 'EH-40' 적용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EH-40에 따르면 건설업자들은 신규 주택 건설 시 비슷한 규모의 구축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40%만 나오게 해야 한다. 이 기준은 독일 건설비용이 안 그래도 높아진 와중에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이와 관련해 클라라 게이위츠 독일 주택부 장관은 ARD와 인터뷰에서 "연립정부 당사자들이 (기준 완화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며 "우리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건설)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7년까지 정부가 180억 유로, 16개주 등 지방자치단체가 270억 유로를 마련해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하는 내용도 대책에 담겼다. 또 가계의 주택 구입을 위한 저금리대출을 3만 유로까지 확대하고,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도 연 6만 유로에서 9만 유로로 높이기로 했다.
독일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꺼내든 것은 부족한 주택 공급 때문이다. 앞서 독일 정부는 올해 40만채의 주택을 신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독일의 주택 건설 허가 건수는 15만 62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했다.
독일의 2분기 건설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치솟으며 기업들이 건설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의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