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법방해·증거인멸” vs “기획·조작 수사”…李·檢, 창과 방패 정면 충돌 [이재명 영장 심사]

李, 지팡이 짚은채 출석…각종 질문공세에는 묵묵부답

검사 10명-변호사 6명…주요 혐의마다 양측 '격돌'

檢 증거인멸 우려 높다 vs 李 ‘사실대로 증언하라고 부탁’

김인섭 유착 관계 李 부인 …檢 돕기 위해 특혜 제공 판단

대북송금 의혹도 양측 주장 엇갈려…역대 2번째 심사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를 두고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정면충돌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이 각각 토착비리·정경유착이라며 녹음파일을 제시하는 등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공격 논리로 제시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 자체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해당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가 제1 야당을 이끄는 ‘수장’이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26일 오전 10시 3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검은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이었다.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의 여파인지 지팡이를 짚은 채 종종 비틀거리기도 했으나 부축을 받지는 않았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떠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김인섭 씨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냐’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땅만 보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앞선 검찰 소환 조사 당시 장문의 입장문을 읽으며 본인을 향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검찰 측은 이날 영장심사에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37) 공주지청장 등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10명가량이 참석했다. 500장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제시했다.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만 1500쪽에 달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이에 이 대표 측은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를 비롯해 부장판사 출신인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 6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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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이 대표 구속을 두고 첨예하게 충돌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증거인멸 우려’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올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한 당시 녹음파일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또 이 대표 혐의에 위증교사죄가 포함된 데다 과거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공무원들에게 진술 회유 시도가 이뤄져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기억을 환기해 사실대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검찰이 관련자들에게 진술을 압박·회유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검찰이 ‘비선 실세’로 지목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 대표에 대해서도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측이 최측근이자 로비스트인 김 전 대표를 돕기 위해 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검찰이 내린 판단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대표와의 유착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민간업자가 기부채납을 충분히 해 공사까지 참여시켜 개발 이익을 환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증언 등을 근거로 이 대표가 해당 내용을 보고·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수차례 통화했다는 진술과 지난 대선 경선 당시 1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적 기관 약속 없이 기업이 북한에 100억 원을 줄 수 없다는 점도 검찰이 내세운 논리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회장과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고, 대북 사업도 실무진이 추진해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물론 증언·증거 등이 소설보다 못하다는 취지다.

이날 영장심사는 9시간 2분여만인 오후 7시 24분께 마무리됐다. 이는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래 두 번째로 긴 시간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해 12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장심사에 10시간 6분이 소요됐다.


안현덕 기자·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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