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기 화물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당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탄소 중립과 녹색 성장의 일환으로 전기·수소차에 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3년째다. 2019년부터는 봉고3 전기차(EV), 포터2 일렉트릭, 젤라 EV 등 소형 전기 화물차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전기 화물차의 보조금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보조금 재테크’를 이유로 든다. 전기 화물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후 보조금을 받은 소형 전기 화물차를 조기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2년이던 소형 전기 화물차의 의무 운행 기간을 올해부터 5년으로 늘렸고 5월부터는 운행 거리가 1만 ㎞에 미치지 못하는 차량을 1년 이내에 되팔면 지급한 보조금의 30%를 회수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정부의 대응책에도 내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소형 전기 화물차의 대당 보조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비해 보조금이 적지 않고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효율성 측면에서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당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기 화물차 보조금을 개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소형 화물차 중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차량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대 적재량 1톤 이하인 동시에 총중량 3.5톤 이하인 소형 화물차 중 경유차 비중은 89%를 넘는다. 도로 위를 달리는 소형 화물차 10대 가운데 9대가 경유차라는 얘기다.
화물차의 일평균 주행거리도 승용차 대비 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용 화물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대당 131.6㎞로 승용차(62.3㎞)보다 2.1배 많다.
주행거리가 긴 경유 화물차를 전기 화물차로 전환할 경우 차량 운행 단계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의 감축 효과가 승용차보다 크다는 점은 자명하다.
전기 화물차의 보조금은 그동안 많이 깎였다. 2019년 최대 1800만 원이던 대당 보조금이 올해는 최대 1200만 원으로 33.3%나 줄었다. 10년 이상 보급 사업이 진행되면서 점진적으로 보조금이 줄어든 전기 승용차도 수요가 떨어지는 마당에 보조금 지급 기간이 전기 승용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 화물차의 대당 보조금 추가 삭감은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소상공인이 생계형으로 사용하는 소형 전기 화물차 수요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보조금이 유지된다면 전기 화물차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제약 요인도 제조사들의 성능 개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기 승용차도 보급 초기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50㎞ 안팎에 불과했다. 지금은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 승용차가 넘친다.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한 전기차 대중화 노력은 여전히 시작 단계다. 지금은 소형 전기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축소를 논할 게 아니라 친환경 차량 구매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