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對中 장비반입 규제 '무기유예'…한숨 돌린 삼성·SK

첨단반도체 통합 라이선스 부여

이르면 금주 통보…불확실성 해소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무기한 유예 조치를 통보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에 계획된 장비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사업과 관련해 약 4~5년간의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현지의 복수 소식통은 “다음 달 11일 만료되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조치와 관련해 미 상무부가 한국 기업들에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을 적용해 수출통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VEU는 일종의 ‘통합 라이선스’로 미 상무부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사용할 반도체 장비 목록을 제출하고 이에 한해서는 별도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장비를 반입하는 방식이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SK하이닉스와 두 회사가 반입할 수 있는 장비 목록 등의 세부 사양을 놓고 논의해왔으며 사실상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VEU를 통해 반입이 허용되는 장비 수준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가이드라인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또는 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 로직반도체 △14㎚ 이하 로직반도체 관련 기술 및 생산 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했다. 단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한해서는 수출통제 1년 유예 조치를 내렸고 그 기한이 다음 달 만료된다.


‘화웨이 변수’에도 동맹에 우호 조치…삼성·SK, 中 사업 4~5년 시간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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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정부·업계 요구 VEU 방식 적용

허용 장비는 자유롭게 반입 가능

현지공장 공정 업그레이드 숨통

미국 정부는 올 상반기부터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유예할 방침임을 시사해왔다. 하지만 기존처럼 1년만 연장할지, 아니면 한국 정부와 업계가 요구해온 VEU 방식을 택할지는 불분명했다. 한미 양국은 최근까지 이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지난달 중국 화웨이가 7㎚ 공정 반도체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더 촘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그러나 “미국 정부가 화웨이 반도체 문제와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문제는 별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화웨이가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예상됨에 따라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삼성은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 지연이 빚어지지는 않는 수준에서 공정 업그레이드와 증산 등을 허용한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최첨단 선단 공정을 이식할 가능성은 없고 점차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되 그 속도를 완화해 충격을 막았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앞서 발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대중 가드레일 확정안에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보조금 수급 시점으로부터 10년간 첨단 반도체의 생산능력을 5%까지만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능력 제한은 투입되는 웨이퍼의 양을 기준으로 한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내 생산능력이 웨이퍼 양을 기준으로 제한되기는 했으나 장비 수출통제가 무기한 유예되면서 중국 공장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장비를 들여와 반도체 미세공정이 가능해지면 웨이퍼 집적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한 증산 제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도 중국 내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크게 늘릴 계획은 이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현지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환영할 만하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사업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VEU 방식을 결정한다고 해도 이는 기존에 계획된 투자를 집행하라는 것이지 앞으로 중국 사업을 확장하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공장을 업그레이드한 후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4~5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장비 통제 무기한 유예 통보 시점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실패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가 발생할 경우 통보 시점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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