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인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대 30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매각이 다섯 번째 시도인 만큼 거래 성사를 위해 최대한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전날 KDB생명 실사 결과에 대한 내부 보고를 마쳤다. 추석 연휴 이후 산업은행과 가격 등 세부 협의를 마치고 함영주 회장에 보고를 거쳐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매각 초기 업계에서 예상했던 KDB생명의 가격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구주(92.73%) 2000억 원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 5000억 원 등 총 7000억 원 수준이었다. 최근 산업은행은 구주 가격을 1000억 원으로 절반 가량 낮추는 동시에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2대주주로 남겠다는 의사를 하나금융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올 해 도입된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로 맞추기 위해 구주 매각과 동시에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담을 산업은행이 나눠 지겠다고 한 것이다.
올 1분기 기준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47.7%에 그친다. 금융 당국이 보험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10년 동안 킥스 비율을 차등 적용할 수 있지만 이를 적용한 지급여력비율 역시 101.7%여서 보험업법상 규제 기준(100%)을 간신히 넘는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산은은 이번 매각 작업과 병행해 18일 KDB생명의 1427억 원 규모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산은은 2020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추진할 당시에도 펀드 출자를 통해 1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산은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사명을 바꾼 후 2014년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도 유리한 하나금융이 인수자로 나선 만큼 이번 매각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어느때 보다 강하다.
다만 하나금융이 산은의 제안을 수용해 인수를 확정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6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현금성 자산은 약 35조 원으로 자금 여력에 문제가 없는 만큼 굳이 산은과 같은 외부 투자자를 2대 주주로 두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추후 산은의 투자금 회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나금융은 내달 최종 결정을 거쳐 산은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업 결합 승인 및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내년 초 쯤 KDB생명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