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위해 총 맞을 수 있나" 전 백악관 참모의 폭로 '일파만파'

캐서디 허친슨 전 백악관 비서실장 보좌관. AP·연합뉴스캐서디 허친슨 전 백악관 비서실장 보좌관. AP·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당시 보좌관으로 일했던 한 참모가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말기의 실태를 폭로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지난 2020년 트럼프 정부 비서실장 마크 메도스의 참모로 일했던 캐서다 허친슨이 '이너프(Enough)'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고 보도했다. 허친슨은 이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있었던 여러 뒷이야기를 폭로했다.

허친슨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정부를 두고 '트럼프 월드'라고 표현하며 "충성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범죄조직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메도스와의 대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회고록에는 "트럼프를 위해 총도 맞을 수 있겠나"라는 메도스의 물음에 허친슨이 "다리에 맞아도 괜찮을까요?"라고 답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허친슨은 당시 상사인 메도스의 도 넘은 충성심을 태연한 척 받아쳤지만, 메도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허친슨의 회고록은 공개 증언에서 나아가 내부 고발에 이르는 내용까지 담았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와 관련해 연방 검찰과 풀턴카운티 대배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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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가 낸 대선 불복 소송이 2020년 12월 연방대법원에서 기각되자 메도스에게 "사람들이 우리가 졌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건 창피한 일이다. 방법을 찾아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앞두고 메도스에게 "(의회 진입 계획이) 잘될 것 같냐"고 물었고, 메도스는 이에 "잘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몇 주간 백악관의 혼란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을 '무법지대'라고 표현하며 당시 상사인 메도스가 정기적으로 백악관 비서실장 사무실 벽난로에서 서류를 태운 정황도 폭로했다. 연기에 뒤덮인 사무실을 본 한 하원의원이 허친슨에게 "대체 얼마나 자주 서류를 태우는 거냐"고 묻기도 했을 정도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의사당 난입 사태 당일 자신의 치마를 올리고 허벅지를 더듬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분노에 가득 차 뛰쳐나갔지만, 의회가 공격당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간 뒤 느낀 분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허친슨은 이날 회고록 출간을 기념해 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는 우리 일생, 잠재적으로는 미국의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직면하게 될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받는 혐의는 내가 보기에 실격 요건"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날 회고록을 펴낸 허친슨은 트럼프 정부 초기 의회 인턴에서 시작해 20대 초반 백악관 비서실장의 핵심 보좌관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에는 허친슨이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그를 위해 일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메도스 측에서 결별을 선언했다고 허친슨은 밝혔다.

이후 허친슨은 지난해 6월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며 다시 주목받았다. 2020년 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승리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 이듬해 1월 6일 의회 의사당 건물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바 있다.


김은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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