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판사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의 ‘거짓말 논란’과 대법원장 공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까지 재임기간 중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스스로 사법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직 대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데 이어 퇴임 후에도 추가 수사가 예고돼 있어 전직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퇴임 직후 재판행’이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김 전 대법원장의 사법 논란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제출한 사표 수리와 관련한 거짓 해명이 드러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20년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임 전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자 탄핵안 의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사표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전 대법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국회에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적 없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후 김 전 대법원장과 임 전 부장판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고 김 전 대법원장은 “기억의 오류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국민의힘과 시민단체는 2021년 2월 김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일각에선 김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명확한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치적인 부담을 고려해 검찰이 수사시기를 김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로 미뤄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검찰은 김 전 대법원의 퇴임을 앞두고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박혁수 부장검사)는 최근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건 발생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인물로 김 전 대법원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의 전후 사정을 잘 아는 ‘키맨’으로 꼽힌다.
임기 내내 대법원장 공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인 2017년 16억 여 원을 들여 서울 한남동 공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정부 승인 없이 4억7500여 만 원을 무단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은 2019년 11월 경찰에 고발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려졌지만 고발인이 2022년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논란은 김 전 대법원장 아들 부부가 2018년 1월~2019년 4월 공관에 거주하면서 서초구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고가의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관에 입주했다는 ‘공관 재테크 의혹’으로 번졌다. 2018년 초에는 한진그룹 법무팀 사내변호사로 일하던 김 전 대법원장의 며느리가 회사 동료들과 공관에서 만찬을 열어 ‘공관 만찬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대법원장이 만찬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직후라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의혹 모두 검찰이 “수사 결과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사법부의 위상과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