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정적 노사' 모델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독일 파업 세졌다

민주노동연구원, 코로나19 이후 분석

"물가 인상 후 서비스부문 파업 증가

대형화·전면 파업 동시…공동 파업도"

'노정 갈등' 한국, 고물가…노사 분규↑

철도노조 파업기간이었던 17일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열차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철도노조 파업기간이었던 17일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열차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적 노사 관계를 만든 독일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달라진 파업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업 빈도가 늘고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일 보다 노사 갈등이 깊은 상황에서 고물가를 마주해 우려를 키운다 .



29일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노동연구원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독일 파업과 현황 특징'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독일 파업은 새로운 양상"이라며 "대규모로 공세적인 집단행동이 동시 연대파업(다른 산별노조 참여)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노조가 강하지만, 노사 관계가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산별교섭 체계가 안착됐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 보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을 존중하는 문화도 자리잡았다. 이 구조와 인식은 노사 갈등이 파업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한 힘이었다. 작년 파업 중에서 교섭 결렬로 인한 실 파업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

올해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이 상황이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2월 우편, 교통, 철도 부문에서 두 차례 경고 파업 후 하루 전면 파업이, 3월 교통 서비스 부문의 경고 파업과 성격이 다른 두 노조의 연대 파업이 이뤄졌다. 그동안 교섭 과정에서 경고 파업을 하고 이 파업의 참여도를 교섭 타결로 활용한 독일 방식과 다른 형태다. 단체협약 도구 역할을 했던 파업이 실제 파업으로서 작동한 것이다. 이 교수는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여러 협약 단위에서 동시적 전면파업에 이르는 형태가 등장했다"며 "경고 파업 진행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외부적 연대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변화란 해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임금인상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국민의 파업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전후 통합서비스 단일 노조에서만 조합원이 약 8만명 늘었다. 파업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무게 추가 옮겨지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일어난 변화다. 이 교수는 "서비스산업은 저임금부문, 돌봄노동, 아동보육, 보건복지 등 소규모 사업장 민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반면 공공서비스영역에서는 민영화로 인한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가 노동자의 불만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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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대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대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는 우리나라는 독일 보다 노사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명의 1~7월 월 평균 실질임금(물가 반영)은 355만 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매년 1~7월 기준으로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연도인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사업장 내 노사 갈등은 예년 보다 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7월 노사분규 건수는 145건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연간 통계로 보면 직전 최고치인 2019년 141건을 벌써 4건 넘어섰다. 공교롭게도 우리도 독일처럼 철도노조가 이달 파업을 단행했다.

올해 남은 4개월도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 국면이 불가피하다. 노동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노동 개혁을 비롯해 일련의 노동 정책에 대해 비판해왔다. 매 정권 마다 정책파트너였던 한국노총도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중단한 상황이다. 양대 노총과 정부 갈등은 사업장 별 노사 분규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양대 노총 조합원이 전체 노조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별 노조가 우세한 형태지만, 상급인 양대 노총의 방침에 따라 동조 파업이 두드러진다. 7월 민주노총 총파업도 연대 파업 성격을 띠었다.

양대 노총은 11월부터 연말까지 대규모 릴레이 집회를 계획 중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국회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노란봉투법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지하는 법안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27일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경수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적용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며 “정권에 맞선 거대한 항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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