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이 추석 연휴 전후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다 줄 은행·보험 등 금융주를 투자 바구니에 담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금융주 주가를 끌어내렸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국 지역은행 파산 등의 위험 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된 점, 연말 배당 매력이 큰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9월 1일부터 27일까지 우리금융지주를 677억 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609억 원)와 DB손해보험(377억 원), 메리츠금융지주(250억 원), 한화생명(230억 원), 신한지주(200억 원), NH투자증권(172억 원) 등도 같은 기간 모조리 순매수했다. 이는 8월 한 달 간 하나금융, 우리금융, BNK금융 등 금융주 대다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금융주를 대거 사들이는 것은 배당수익률은 높은 데 반해 현 주가 수준은 저점에 머물고 있어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주요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4배에 불과하다. 현 주가 수준이 장부상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DGB금융과 BNK금융·기업은행·우리금융 등의 연말 배당수익률이 9%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금융과 JB금융도 각각 8.67%, 8.31%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 등 금융권을 둘러싼 악재들이 서서히 소멸되면서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금융지주에 주목할 주요 이유로 꼽았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많은 9조 1824억 원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는 4분기에도 신한지주와 KB금융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93.0%, 65.4% 늘어난 1조 1650억 원, 1조 10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금융 당국이 배당 정책 자율화 방침을 시사하면서 금융사들이 배당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지목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IR)에서 “당국은 배당과 주주친화 방침에 관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그간 배당을 자제하고 충당금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던 당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업계에 확산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은행주들 가운데 최근 수장을 교체한 KB금융이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2주 연속 은행주만 3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올 초부터 꾸준히 나왔던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건전성 악화 우려도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금융주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종목을 고르는 데 자신이 없다면 금융주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유했다. 한국펀드평가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보험 ETF’는 지난해 9월 2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30.6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DB손해보험(21.03%)·삼성화재(19.28%)·삼성생명(18.32%)·현대해상(17.69%)·한화생명(8.92%)·코리안리(7.21%) 등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금융 ETF’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행 ETF’도 같은 기간 각각 14.49%, 12.18%씩 상승했다. TIGER 200 금융 ETF는 KB금융(17.04%)·신한지주(14.67%)·하나금융지주(10.12%) 등을, KODEX 은행 ETF는 KB금융(20.59%)·신한지주(19.48%)·하나금융지주(18.28%)·우리금융지주(13.72%) 등을 주로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장세가 계속된 탓에 시장 참여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어 금융주가 최근 투자 대안으로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느 때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은행주가 이제 관심받을 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