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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작전현장 ‘기록자’ 아시나요?…공군 ‘항공촬영사’·육군 ‘전투촬영사’[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사진 한 장, 인천상륙작전 더 빛나게 해”

하늘에서 셔터를 누르는 ‘창공의 기록자’

‘T-50’ 항공기 개발로 ‘항공촬영사’ 탄생

”적에게는 전율(戰慄)·국민에겐 믿음 줘”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가 가장 앞장서서 해안 방벽을 넘는 장면. 사진=미 해군 역사센터 캡처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가 가장 앞장서서 해안 방벽을 넘는 장면. 사진=미 해군 역사센터 캡처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 당시 달 만에 국토의 대부분을 빼앗긴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작전이다. 인천에 상륙한 미 제10군단의 작전이 성공하면서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공 확률 ‘50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극적인 작전이었던 만큼 역사적으로 평가 받는 성공한 작전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 당시 신원 미상의 미 해병대 사진병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사진 하나가 당시 현장의 생생함을 그래도 전달하며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더욱 빛나게 했다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이 사진 속 가장 앞장서서 장애물을 오르고 있는 사람은 인천상륙작전 첫 전사자인 해병대 소대장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다. 로페즈 중위는 이 사진이 촬영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수류탄을 투척하려던 중 적 화기에 부상을 입어 수류탄을 땅에 떨어트렸습니다. 자신의 수류탄 때문에 소대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로페즈 중위는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대원들을 구하고 그 자리에서 전사했다.

이 사진은 쌍안경을 들고 있는 맥아더 장군 사진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진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사진 한 장, 영상 한 컷의 효과가 말이나 글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된 사례다.

이 같은 숭고한 전사가 사진으로 더 빛을 본 덕분에 올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유엔군참전영웅 3명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무공훈장 중에서 최고의 훈장)을 직접 수여한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현지에서 무공훈장을 친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해병대 중위다.

국군 9사단 53탱크대대가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서 교전 이후 장비를 점검하고 장면. 사진=국가기록원국군 9사단 53탱크대대가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서 교전 이후 장비를 점검하고 장면. 사진=국가기록원


2022년 12월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미 공군의 F-22랩터가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한국의 전북 군산기지에 전개했다. 4년 만에 대한민국 창공을 가르며 위용을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간담을 싸늘하게 만드는 현존하는 최고 무기다. F-22는 적에게 포착될 가능성은 줄이면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해 원거리에서 여러 목표물을 정밀하게 탐지해 추적할 수 있다. 최첨단 전자전 장비 등을 탑재해 현존 최강 전투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 속도 마하 2.4로 공군 오산기지에서 이륙할 경우 약 7분 만에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컴뱃 카메라팀 명칭은 ‘전투 촬영’ 담당


이날 우리 공군 F-35A 전투기와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 C-17 수송기 편대가 함께 한반도 인근 상공을 비행한다. 공군은 훈련 종료 후에 즉각 관련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제주도 서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서 펼쳐진 한미연합 공군훈련 장면이다. 사실 글이나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무시무시한 순간으로, 사자성어도 있듯이 한미 공중전력 편대군의 위용이 담긴 ‘사진 한 컷’은 말그대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었다. 우리 국민에게는 든든한 안보를 확인시켜주고, 북한에게는 간담을 서늘하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고속으로 비행하는 이 같은 스텔스전투기비행하는 사진은 누가, 어떻게 찍는 것일까?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펼치는 ‘핵우산(확장 억제)’ 작전 광경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전하는 일명 ‘컴뱃 카메라팀(Combat Camera Team)’이다. 컴뱃 카메라 대원의 공식 명칭은 ‘전투 촬영 담당’이다. 이들은 공군작전사령부 공보정훈실 소속으로 공중에서 이뤄지는 임무나 작전 사진을 찍는 ‘항공촬영사’다. 전투기·훈련기 후방석이나 헬기·수송기 등 다양한 항공기에 탑승해 하늘에서 셔터를 누르는 ‘창공의 기록자’들로 불린다.

2022년 8월 3일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이집트 기자(Giza) 피라미드 상공에서 외국 공군으로는 최초로 에어쇼를 펼치고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2022년 8월 3일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이집트 기자(Giza) 피라미드 상공에서 외국 공군으로는 최초로 에어쇼를 펼치고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


상반기 기준 편제 인원은 1명이지만, 공군 부사관 4명이 조종사에 준하는 훈련 등을 거쳐 ‘공중 근무 자격’과 ‘항공촬영사 자격’을 받아 촬영 임무를 수행 중이다. 4명의 요원이 직접 촬영을 하고 최고참 1명은 감독관으로 활약한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의 주요 전략 자산은 주로 비밀리에 활동했지만 최근 적의 도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위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촬영 사진을 상황에 따라 곧바로 공개하고 있다”며 “공군은 현재 전투 촬영 인원을 증원해 미군 컴뱃 카메라팀과 같은 전문 조직을 설계 중에 있다”고 했다.

2005년만 해도 공군에 별도의 항공촬영사가 없었다. 비행 사진을 웬만해선 찍지 않았고 필요할 땐 고액을 주고 일본 등 외국 전문 사진작가를 불렀다. 경우에 ㄸ라 전투기 조종사가 한 손으로 조종간을 잡은 채 ‘똑딱이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해외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국산 첫 훈련기 ‘T-50’ 항공기 개발이 공군 항공촬영사 탄생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T-50 초음속 훈련기 개발부터 수출까지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손에 맡기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고, “우리 건 우리가 찍자”라는 공군 내 인식이 커지면서 항공 촬영을 처음 시도했다. 어렵고 실패하더라도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2005년 11월 8일, 공군작전사령부 편보현 준위(당시 계급 중사)가 KF-16 후방석에 카메라를 들고 시도에 나섰다. 편 준위는 “1996년 전자광학장비 특기로 임관했는데, 이렇게 커리어가 바뀔 줄은 몰랐다”면서 “첫 결과물이 좋았던지 그 뒤로 항공기 시험, 주요 공중 작전에 투입되는 횟수가 늘어갔다”고 했다. 이후로 올해까지 18년째, 한반도 상공에서 전개되는 거의 모든 항공작전 사진은 우리 공군 항공촬영사들이 찍고 있다.

올해로 18년째 한반도 항공작전 사진 촬영


전투 촬영 투입은 작전에 출격하는 조종사에 버금갈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져 무척 힘들다고 한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촬영사들은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20분 만에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헬기를 타고 모 기지로 이동해 전투기에 올라타야 할 정도로 고된 보직”이라며 “이들은 전투 비행단의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상시 전투 태세)’처럼 언제든 촬영에 나서겠다는 ‘테이크 투나이트’ 정신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FA-50 1대(맨 오른쪽)와 미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하는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한국 FA-50 1대(맨 오른쪽)와 미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하는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



항공촬영사들의 역할과 필요성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갈수록 항공전력 수가 다양해지고 훈련의 수도 늘어나면서 똑같이 역할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시작은 2013년으로 명확하지 않았던 ‘항공촬영사’라는 직위를 신설해 명문화했다. 공군은 앞으로 공보정훈병과 내에 ‘항공촬영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촬영사를 지정·선발하는 형태를 넘어 관련 교범을 만들고 교육·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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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미국을 모델로 항공기·지역별 특성에 맞는 항공촬영사를 8자리로 확대했다. 전문성을 갖춘 항공촬영사들을 꾸준히 발굴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으로 이에 대한 업무지침은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늘어나는 항공촬영 수요에 따라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양성화 과정 체계가 구축된다면 항공작전 사진·영상을 더 많이 전문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항공기·지역별 항공촬영사 8자리로 확대


사실 항공촬영사들의 작전 범위는 최근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내전에 빠진 수단에서 교민 대피 수송 작전을 벌일 때도 이들이 투입돼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작전 자료로 남겼다. 일부는 공개해 국가와 군의 활약상을 대내외에 알렸다. 지난해 화제가 된 공군 전투기 사진 중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 최초 비행 장면도 이 팀의 작품이다. 공군 한 관계자는 “항공 촬영은 적 항공기 채증 등 정보 작전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은 적의 오판을 막는 억지력 발휘의 주요 선전수단으로 활용된다”며 “적에게는 전율(戰慄)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8일 국산 T-50 훈련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2005년 11월 8일 국산 T-50 훈련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


2022년 8월 24일 공군 KF-16(앞)과 호주 F-35A(뒤)이 호주 상공에서 편대비행을 하는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2022년 8월 24일 공군 KF-16(앞)과 호주 F-35A(뒤)이 호주 상공에서 편대비행을 하는 장면. 컴뱃 카메라팀이 촬영. 사진 제공=공군


전투 현장 모습은 기록사진과 영상으로 남아 당시를 기억하고 전투 의지를 키우는 데 받침대 역할을 한다. 공군의 항공촬영팀에 자극을 받은 육군도 전·평시 전투촬영 체계를 구축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에 육군은 내년부터 육군본부에 현장 사진과 영상을 전담하는 직할 촬영팀을 배치할 계획이다. 각 군단과 사단에도 촬영팀을 구성해 평시부터 전투촬영 전문성을 키우고 다양한 임무 능력을 배양시킨다는 구상이다.

육군 관계자는 “전·평시 전투촬영에 대한 교리를 구축하고 전시 전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전문 전투촬영팀을 편성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편성 시기와 규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정도에 작전현장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에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타이거(TIGER)’ 기간 중 9사단에서 전투촬영팀을 시범 운영하며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화학테러 지역 같은 특수조건하 촬영이나 쌍방훈련 중인 부대를 뒤따르며 전투현장을 기록했다. 또 실시간으로 언론에 제공하는 절차를 연습하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국립훈련센터(NTC)에서 실시한 한미 소부대 연합훈련에도 전투촬영팀(소령·대위·중사 등 3명)을 파견해 미군 전투촬영팀과 함께 훈련하며 실전에서 사용되는 촬영기법·노하우를 전수받는 교육도 마쳤다.

내년, 작전현장에 전투촬영팀 투입 시작


육군의 전투촬영팀 구성 계획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군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전투촬영 체계를 정립해야 할 필요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사진·영상이 국제사회의 지지·반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과 영상을 통한 심리전을 진행했습니다. 자국민과 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적의 전의를 꺽으려 노력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주 루머를 유포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시 트위터에 영상을 업로드해 ‘가짜뉴스’ 확산을 차단하고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고양시키며 오히려 더 큰 효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2022년 5월 열린 육군3군단 지상협동훈련에서 훈련 촬영을 위해 투입된 21보병사단 전투촬영팀원이 전술다기능단말기를 활용해 시각정보를 획득하며 촬영하는 모습. 사진 제공=육군2022년 5월 열린 육군3군단 지상협동훈련에서 훈련 촬영을 위해 투입된 21보병사단 전투촬영팀원이 전술다기능단말기를 활용해 시각정보를 획득하며 촬영하는 모습. 사진 제공=육군


육군은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촬영장비와 기법, 전투촬영 교리 등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육군의 사진·영상 촬영 대부분은 부대 행사나 지휘관 의전에 치중해 있다. 전·평시 기록으로서 콘텐츠와 사후 교훈 도출을 위한 기능 등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 육군은 다양한 군사작전에서 시각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전투촬영팀을 운용 중이다. 전투촬영팀은 가혹한 전장 상황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숙련된 사진촬영요원, 영상촬영 및 공보요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투촬영팀이 수집한 시각정보는 정보 수집·홍보·전훈 분석·교육 등에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최종적으로 아군의 전의를 고양하고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육군도 서둘러 전투촬영팀을 구성하고 촬영 교리를 만들어 교육해야 한다는 이유다.

美 전투촬영팀, 정보수집·홍보 등에 활용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효과적인 전투촬영을 위해 촬영장비의 내구성이나 휴대성이 전장 환경에 부합해야 한다. 전시 전투촬영팀원의 생존성을 보장하면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반 무장도 함께 요구된다. 여기에 획득한 시각정보를 전송할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또 여러 유형의 부대와 상황에 대한 시각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소규모 다수의 팀 운용 방식도 필요하다.

육군도 이 같은 주요 제반 사항을 잘 인식하고 전투촬영팀의 전문성을 부각하기 위한 촬영 교리와 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심지어 야간 전장 환경에서의 저조도 촬영기법과 악천후 속에서의 촬영방법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적의 시각정보를 획득해 제공할 수 있는 교리 구축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사(戰史)에 남을 현장을 기록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군의 승리에 기여할 전투촬영팀을 탄생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육군 한 관계자는 “올해 진행된 시범운용을 통해 전장에서 사용하는 촬영장비의 내구성이나 휴대성 등 보완점을 많이 찾아 보완하고 있다”며 “특히 전시 전투촬영팀원의 생존성 보장과 효과적인 임무 수행을 위한 교리 마련 및 추가적인 장비 구비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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