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이전 비중을 개편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손질로는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해 교육교부금 일부를 떼어 유·초·중·고 재원을 대학과 평생교육 재원으로 돌려놓으려는 시도조차 정부안인 3조 원에서 1조 5000억 원으로 반 토막 나자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 이전 비중을 25%가량으로 올리고 내국세의 20.79%가 할당되는 교육교부금은 15%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안은 총선과 맞물려 파급력이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수 결손에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내국세 이전 비중이 25%로 늘어나는 안을 반길 수밖에 없다. 그간 교육계 눈치를 보며 쉽사리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정치권도 지역 표심을 고려하면 교육계보다 지방정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이전 비중 개편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법 개정이 이뤄지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자동 할당 방식은 1962년 지방교부세법, 197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개편된다.
무엇보다 중앙의 돈줄은 말랐는데 지방으로 이전되는 혈세가 내실 있게 사용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지방교부세와 17개 시도 교육청에 주는 교육교부금의 합인 지방 이전 재원은 지난해 157조 원에 달했다. 내국세의 40% 정도를 떼어 내니 일부 지자체는 ‘돈 잔치’를 벌이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 됐다. 지자체마다 격차도 크다.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인 지역은 당장 올해 살림살이 걱정을 해야 하는데 지방교부금을 넉넉하게 챙긴 지자체는 난방비까지 현금 지급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실제 전남 완도군, 경북 봉화군(재정자립도 6.2%), 경북 영양군(6.3%), 전남 고홍군(6.8%), 전남 신안군, 경북 청송군(이상 6.9%) 등은 세수 결손까지 겹쳐 의무지출인 복지예산도 위기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에 내국세 자동 할당 방식을 개편하더라도 지방 재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방교부세 이전 비중을 올리면 중앙정부의 재량권이 그만큼 커진다고 볼 수 있다”며 “교육청과 지방정부 간 재원 이전 경쟁을 통해 재정 집행의 효율과 효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육청의 가용 재원은 더 문제가 많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확보한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 11조 6000억 원과 시설기금 8조 8000억 원을 포함해 2022년 말 기준 21조 3000억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지방 이전 재원이 줄어들지만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교육청은 자체 세입을 위해 채권 발행을 한 건도 하지 않은 채 수조 원을 시금고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데 중앙정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재정학회장인 이철인 서울대 교수는 “중앙정부는 재정난에 시달리는데 교육청 곳간에는 돈이 쌓이며 무분별한 현금성 사업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6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 상황이 발생하자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이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고는 있다. 급한대로 행정안전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 등 가용 재원을 적극 발굴해 활용해달라고 지자체에 당부했고 교육부도 교육청이 보유한 기금 적립금 등 교육청 자체 재원을 활용해 올해 계획된 교육 과정 운영, 교육 활동 지원, 교육 환경 개선 사업 등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