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뺏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독일에서 부채 상위 20위권에 꾸준히 꼽히던 도시가 별안간 부채를 다 갚고도 남을 ‘벼락부자’가 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인구 22만의 소도시 ‘마인츠’ 얘기다. 마인츠를 돈방석에 앉힌 주인공은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아무도 몰랐던 작은 벤처기업 ‘바이오엔테크’다. 이 작은 회사가 미국 제약 회사 ‘화이자’와 손잡고 인류 첫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냈다. 바이오엔테크의 순이익이 100억 유로(약 14조 2300억 원)에 달하자 마인츠시의 법인세 수입도 1억 7300만 유로에서 10억 유로로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상황을 대하는 마인츠시의 태도다. 미하엘 에블링 마인츠시장은 바이오엔테크 덕분에 마인츠가 세계의 약국으로 거듭났다며 늘어난 세수는 미래 세대를 위한 바이오테크 허브를 만드는 데 쓰겠다고 선언했다. 소도시의 이름 모를 작은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 하나가 도시 한 곳의 부채를 다 갚았을 뿐 아니라 더 큰 도약의 발판까지 마련한 것이다. 마인츠의 사례를 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관련기사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 같은 전통 산업에서는 시장의 파이가 새로 커지기 어렵다. 전기차 같은 혁신이 드물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자동차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웠느냐고 물으면 판단하기 어렵다. 정해진 시장을 두고 중국과 일본, 독일과 미국 등이 서로의 시장점유율을 뺏어 오는 것이 주된 경쟁의 양상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마인츠의 사례처럼 기존에는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을 신(新)성장 동력이라고 하는 이유다.

분야별 스타트업의 약진을 기존 시장을 뺏는다고 여기며 견제할 일만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시장을 뺏는 게 아니라 개척하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 시장도 그렇다. 배달 플랫폼들이 나오기 전 음식 배달 시장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가 음식 배달 시장의 전부였다. 소위 맛집은 직접 찾아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음식 배달 시장은 2017년 2조 7326억 원에서 2021년 25조 6847억 원 규모로 열 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증가라는 측면을 고려해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비대면 진료나 핀테크 산업 등도 기존 시장의 파이를 뺏어오기보다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직접 가는 의료 서비스 시장, 은행 창구에 길게 줄을 늘어선 금융 소비자 시장이 전부였던 곳에 ‘비대면 진료’와 ‘핀테크’라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에 있던 시장을 뺏어 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인가. ‘레드오션’ ‘블루오션’이라는 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빛이 나는 기업 형태다. 고유의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에 따라 스타트업은 오늘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서비스 형태를 만들고 있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 모임인 유니콘팜이 이들을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미래 먹거리를 발견해내는 것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정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