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못믿을 '사교육' …모의고사 출제를 '수능 출제 경력' 둔갑

9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19건 확인

공소장격인 '심사보고서' 발송…제재 절차 착수

'최다 합격생' 등 과장 광고·수강료 환급 설명 미흡

"가급적 연내 최종 심의"…과징금 100억 이상 가능성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학 입시 학원 및 교재 출판 업체 9곳의 부당 광고 혐의를 포착하고 제재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직접 언급한 지 111일,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조사를 시작한 지 85일 만이다. 메가스터디·시대인재 등 메이저 학원이 포함된 이들 업체는 강사와 교재 집필진의 수능 출제 참여 경력을 과장하거나 ‘최다 합격자 배출’ 등 실적을 허위로 광고해 매출을 올렸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4일 공정위는 사교육 관련 사업자 9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19건을 확인해 이들에게 심사 보고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9개 업체에는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 등 대입 학원 5곳과 상상국어평가연구소 등 교재 출판 업체 4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 보고서 발송은 공정위 제재 절차의 첫 단계다. 이후 피심의자의 의견 개진 및 청취 절차를 거친 뒤 최종 심의에서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공정위는 연내 제재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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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반이 확인된 19건 중 7건(5개 업체)은 강사와 교재 집필진의 수능 출제 참여 경력을 허위·과장 광고한 경우였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없는데 있다고 거짓 광고하거나 단순 검토위원 경험이나 모의고사 출제 경력을 수능 출제위원 경력으로 둔갑시킨 사례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능 출제자는 출제 과정에서 인지한 사실과 경험 등을 비밀로 한다는 서약서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한다”며 “그런데 이들 업체는 해당 경력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거짓되게 광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많은 법 위반 유형(업체 4곳·법 위반 혐의 4건)은 학원 수강생과 대학 합격생 수를 과장한 것이었다. ‘최다 수강생 등록’ ‘최다 합격자 배출’ 등의 표현을 이용해 과장 광고한 경우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해당 광고에 대한 실제 근거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강료 환급 조건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경우(업체 1곳·혐의 2건)도 확인됐다. 특정 대학에 합격하면 수강료 일부를 돌려준다고 광고했을 뿐 실제 입학 여부, 일정 기간 재학 등 구체적인 환급 조건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업체에 따라 최대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나온다. 공정위는 업체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의 2%다. 역산해보면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100억 원대의 과징금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끼워팔기’ 등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도 이달 중 발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재와 학원비, 시설 이용비 등을 묶어 팔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명확한 집계 기준 없이 무작정 1위라고 광고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여태껏 관행처럼 해왔던 것을 갑자기 엄격하게 잡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웃풋(입시 결과)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데 앞으로 무엇을 강조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곽윤아 기자·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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