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IW 갤러리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한국 작가 5인과 미국작가 5인이 참여한 미술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1월 4일까지 열리는 ‘세상의 다리’라는 이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10인 작가들은 모두 성인이지만 ‘자폐스펙트럼’을 판정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계인호, 김세중, 김태영, 이병찬, 조재현 등 국내 자폐성 장애 작가 5인은 이미 국내 투어는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과 유럽의 보자 아트센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월드투어를 진행했을 정도로 수많은 전시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들을 한데 모아 마치 아이돌 그룹처럼 활동하게 한 이번 전시 기획자는 청화랑 소속의 국내 중견작가 안윤모(60). 안 작가는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술가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이들과 함께 하게 됐다”며 이미 ‘세상의 다리’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세상의 다리’ 프로젝트의 전신은 ‘나비가 되다’. 작가는 “20여 년 전 자폐성 장애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한 지인이 건넨 엽서 작품을 보고 그림의 내용과 색이 무척 좋아 아이들을 만났다”며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작가들도 있어 어머니들과 함께 소통하고 다양한 토론을 하면서 작품 제작을 시작했다”고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시작은 자신의 일로 많은 사람들이 선한 영향력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 중 눈에 띄는 작품을 완성해 내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기교를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보는 미술 작품에 비해 다소 완성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또한 축구공, 텔레토비 등 어린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소재로 하는 것도 이들 작품의 특징이다. 작가는 이들의 작품을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세계 곳곳을 다니는 ‘세상의 다리’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다. 그는 "이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데는 다소 다른 눈이 필요하다"면서도 “몇몇 작품은 판매가 되기도 했고, 월드투어에 참여하거나 개인전을 열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5명의 작가들과 함께 미주, 유럽, 아시아 곳곳을 다니는 일에는 비용이 든다. 하나은행, 한미약품 등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을 때도 하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작가가 자신의 지갑을 열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작가는 “5인 작가가 독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작품은 다소 서툴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꾸밈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작품 가격만 따지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작가들의 작품이 가진 장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뉴욕 전시에서는 ‘파란색’을 주제로 한 신작 36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각 나라에서 다양한 국적의 자폐성 장애 작가들이 ‘세상의 다리’ 프로젝트로 교류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 전시 프로젝트는 다양한 국적의 자폐성 장애 작가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전시로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