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좀비 스타트업’ 양산소 오명 반복 말아야

박정현 성장기업부 기자





“한국 스타트업 중 정부 지원을 받고도 혁신은 하지 않는 ‘먹튀’가 많다고 들었어요. 톱다운(하향식) 방식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퍼주기식 지원’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스테이션F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이같이 말하며 정부 사업으로 겨우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좀비 스타트업’에 대해 지적했다. 스테이션F는 세계적인 창업 허브로 프랑스 정보통신 업체 프리(Free)의 대표인 그자비에 니엘이 설립했다. 민간투자로 만들어졌음에도 스테이션F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캠퍼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트업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실제 프랑스 정부는 직접 나서서 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하나의 입주사로 행정적인 부분을 지원하며 스타트업의 정착을 돕는다.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및 인큐베이터 등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체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스테이션F 입주는 초기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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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도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존재한다. 그 중 팁스 타운, 서울창업허브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다. 하지만 규모나 영향력 부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창업 허브는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스테이션F를 벤치마킹한 ‘스테이션K’를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좀비 스타트업 양성이라는 기존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다행인 점은 정부가 올 8월 ‘스타트업코리아전략회의’를 통해 정부 주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스테이션F를 직접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현지 관계자에게 정부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양질의 스타트업 양성을 위한 기회가 다시 한 번 찾아온 만큼 이번에는 좀비 스타트업 양성소가 아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할 진짜 창업 허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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