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반도체 키우려 감세·보조금 이어 '이것' 꺼냈다[뒷북 글로벌]

12월 토지규제 완화 공장 허용↑

개발제한 토지 활용 예외항목에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시설포함

용도변경 기간 1년→4개월 축소

TSMC공장 일대 80개기업 몰려

용지부족에 포기 사례도 나오자

규제완화해 공업용지 확보 나서

새로운 경제 대책의 하나로 반도체 등 반도체 등 전략 물자의 국내 생산 촉진을 추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 연합뉴스새로운 경제 대책의 하나로 반도체 등 반도체 등 전략 물자의 국내 생산 촉진을 추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 연합뉴스



‘반도체 왕국’ 영광 되찾자…속도 내는 일본


새로운 경제 대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등 전략 물자의 국내 생산 지원’에 공을 들이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이번엔 ‘토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농지나 삼림 등 개발 제한을 뒀던 땅에도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허가 절차도 단축하기로 한 것이다.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일본은 설비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며 경쟁력이 크게 꺾였고, 점유율 역시 10%대로 떨어졌다. 날로 커지는 반도체의 중요성과 관련 시장 규모, 그리고 심화하는 각국의 전략 물자 무기화 속에 일본 역시 산업 육성 및 공급망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파격적인 세금 우대와 보조금을 제시한 데 이어 개발 관련 규제도 정비하며 ‘반도체 왕국 영광 재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세제·예산 이어 토지 규제 완화 카드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 12월 전략물자인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의 핵심 물자 생산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일정 기간 시가지화를 유보한 ‘시가화조정구역’에 지자체의 허가 아래 관련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규정상 시가화조정구역 개발은 지역 특성을 살린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지역미래투자촉진법’에 따라 예외적인 활용을 인정한다. 식품 관련 물류시설과 데이터센터, 식물 공장 등에 한해 정부가 지자체에 개발 허가를 인정하는 식이다.




일본 정부는 관련 규정을 고쳐 예외 활용 항목에 전략물자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나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공장을 유치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달 내놓을 경제 대책에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새로운 경제 대책을 발표하며 ‘국내 투자 촉진’ 방안으로 △전략물자 국내 생산 시설 세 우대(세금) △기준 충족 구매 보조금 및 인프라 확충(예산) 지원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토지 규제 완화(규제 개혁)를 더해 전략물자 공급망 확대 및 산업 육성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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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규제 완화는 대형 공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다. 최근 일본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형 플레이어들의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반도체 수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가 구마모토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고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일본 정부와 대기업이 의기투합해 만든 라피더스(홋카이도), 미국 마이크론(히로시마) 등이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섰다. 대어(大魚)들이 들어선 공장 주변에는 관련 업체들의 추가 진출이 이어지며 ‘반도체 지구’가 형성되고 있다.

TSMC 구마모토 공장TSMC 구마모토 공장


도쿄일렉트론·에바라·ASML 등 구마모토行
TSMC 진출에 인근시설 잇따라 “용지부족”


예컨대 TSMC 공장이 들어선 구마모토의 경우 반도체 웨이퍼 가공 장비 제조 부문 세계 1위인 디스코가 올 7월 새 연구개발센터를 열었고 일본 최대의 반도체 제조 장치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이 2025년 여름 준공을 목표로 약 430억 엔을 들여 개발 동을 신설할 계획이다. 디스코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고객에게 개발 현장을 보여줘 보다 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며 구마모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최대 반도체 제조 장치업인 도쿄 일렉트론도 2025년 여름 준공을 목표로 약 430억 엔을 들여 개발 동을 신설할 계획이며 반도체 기판 연마 장치를 생산하는 에바라(荏原) 역시 올 10월 새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ASML, 미국 램 등 약 80개의 기업이 구마모토에 관련 거점을 마련했거나 구축할 예정이다. 1980~1990년대 구마모토가 소재한 규슈 지역에 붙었던 ‘실리콘 아일랜드’라는 수식어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토지 용도 변경 절차 대폭 단축까지


문제는 투자가 몰리면서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진출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슈경제연합회가 최근 ‘농지를 신속하게 산업용지로 전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산업으로서의 성장에는 장치나 원재료 등 공급 체인 만들기가 불가결하다”며 일부 지역의 공업용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토지 규제 완화와 함께 용도 변경 수속 기간도 현재 약 1년에서 4개월로 대폭 축소된다. 이를 위해 여러 지방에 걸쳐 있는 전용 및 개발 허가 절차를 국토교통·농림수산·경제산업성이 연계해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엔화 약세도 정책 지원과 함께 일본 내 시설 투자의 긍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조건을 활용해 지역 고용 확보와 주변 산업 부흥, 임금 인상의 선순환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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