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책을 위해 용 모양을 그려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멋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제 얼굴 같은 것을 보고 공부나 일이 되겠어요? 학생에게 그리게 하니 이렇게 귀여운 모습이 됐어요. AI가 무엇을 하든 인간이 필요하겠죠.”
매년 다음 한 해의 소비 흐름을 전망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드래곤 아이스(DRAGON EYES)’라는 키워드를 들고 왔다.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다. ‘드래곤 아이스’는 말그대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용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의 눈동자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일의 80%는 기계가 하더라도 나머지 20%는 사람이 하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 20%가 결과물을 좌우한다는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에는 오히려 아날로그의 가치가 더 중요진다는 의미에서 내년 키워드를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키워드를 구성하는 트렌드로 그는 우선 ‘분초 사회’를 꼽았다. 이는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진 사회적 경향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요즘은 넷플릭스를 보더라도 왼손으로는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시간이 아까워 정상 속도가 아니라 1.5 배속이나 2배속으로 콘텐츠를 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예전에는 시간보다 돈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돈과 시간이 비슷하게, 또는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요 트렌드로 ‘육각형 인간’을 꼽았다. 이는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김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강박적인 완벽함이 드러난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성장 서사가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환생, 빙의 등을 통해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춘 주인공이 활약하는 서사가 주류를 이룬다. 요즘은 고진감래의 과정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AI에서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짐을 의미하는 ‘호모 프롬프트’, 소비자 맞춤형 가격 서비스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가사분담에 충실한 ‘요즘남편 없던아빠’, 재미를 좇는 일상의 ‘도파밍’도 새로운 트렌드로 꼽았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본업과 맞먹는 함께 부업 비즈니스가 유행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추종하는 ‘디토 소비’, 도시와 농촌의 유동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리퀴드 폴리탄’, 돌봄의 시스템화인 ‘돌봄경제’를 내년 트렌드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