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가 최근 급락하자 항셍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조기 청산 위기에 몰렸다. ★본지 10월 6일자 19면 참조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이 조기 청산(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9월 5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투자 유의’ 경고를 받고 있다. 홍콩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해 이 ETN의 지표 가치가 최근 한 달 (9월 5일~10월 5일) 동안 22.8% 급락해 5일 1651.68원까지 떨어진 여파다. 지표 가치란 만기 시점에 받을 수 있는 해당 ETN의 실질 가치다.
거래소는 2020년 8월 이후 상장한 ETN은 지표 가치가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상장을 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ETN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테크 기업 30개사의 주가로 산출되는 항셍테크지수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2021년 7월 28일 상장돼 내년 7월 19일이 만기다.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의 지표 지수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홍콩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항셍지수는 이달 4일(현지 시간) 1만 7195.84까지 주저앉으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이 ETN은 홍콩 증시를 2배로 추종하는 탓에 항셍지수가 올 들어 5일까지 14.55% 급락하는 동안 더 큰 하락 폭(-21.96%)을 나타냈다. 올해 지표 가치가 고점을 기록한 1월 27일(2926.43)에 비하면 사실상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 1월 중순(5983.23)과 비교하면 70% 넘게 폭락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대 이하의 경기 회복세를 보여 홍콩 증시를 추종하는 ETN의 지표 가치가 향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발생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줄도산 위기도 지수 반등을 계속 짓누르는 형국이다. 미국발(發) 고금리 장기화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줄면서 지표 가치가 상승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한 달(9월 5일~10월 5일) 개인투자자 거래 대금은 57억 원에 그쳐 직전 한 달(8월 4일~9월 4일·149억 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