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게 무슨 말이야"…한글 파괴 무관심한 정부·지자체

공공기관 공공언어 우리말 훼손 여전

국어책임관 있지만 외국어 등 못 걸러

정부부처·지자체 별 순화 노력 차이 커

"국어책임관 등 교육, 자격 부여 필요"

서울 도심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서울경제DB서울 도심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서울경제DB





신조어·줄임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져 우리말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서울시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지적 건수. 서울시 국어 사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검토보고2022년도 서울시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지적 건수. 서울시 국어 사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검토보고


2022 서울시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용 문서, 정책 용어 및 제목 등에 등장하는 공공언어 관련 지적 644건 중 70% 가량인 449건이 외국어와 외국문자 사용에 관한 지적이었다. 또 국어 단체 ‘쉬운 우리말을 쓰자’에 따르면 2023년 1~7월 기준 중앙정부기관의 보도자료의 표기 남용지수 평균은 5.4, 보도자료의 표현 남용 지수는 6.3였다. 표기 남용지수와 표현 남용지수는 각각 1000개 낱말을 기준으로 외국 문자와 낱말을 쓴 정도를 나타낸다. 중앙정부기관 보도자료에서 사용된 외국어 다빈도 표기는 K, AI(인공지능), TF(전담조직) 등이었고 표현에서는 글로벌, 포럼, 모니터링, 규제 샌드박스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어기본법에서는 ‘공공기관 등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또는 직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어책임관들이 공공기관 별로 지정돼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지정된 국어책임관이 전문성을 띈 공무원들이 아닌 겸직 형태로 임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본인이 국어책임관으로 지정돼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홍보 담당하시는 분들이 국어책임관을 겸임 하고 있다 보니 홍보가 주 업무고 보통 연 단위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면서 “이런 업무를 하는 개인들에게만 말할 것이 아니라 단체장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의 경우 시도 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데 울산시의 경우는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울산시는2022년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보도자료에서 외국어 용어 대신 우리말을, 외국 글자 대신 한글을 사용하려고 가장 노력하며 성과를 유지하는 자치단체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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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이해해야 할 공용 문서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려운 외국어 표기 및 표현을 우리말로 변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 조사 결과. 한글문화연대 제공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 조사 결과. 한글문화연대 제공


한글문화연대 등 국어 단체와 언론단체들이 2023년 7월 성인 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 조사' 결과 총 16개의 국제 조직 중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제외한 12개 조직의 인지도 평균은 12%에 불과했다.

보통 로마자 약칭으로 표기하는 이들 기구를 단번에 인지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드러났지만 기구 명칭을 보건기구, 경협기구, 무역기구 등 우리말 약칭으로 바꿨을 때의 수용도는 71.2%에 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71.5%의 인지도를 기록해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차 무리말 약칭인 보건기구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7.6%를 기록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어려운 공공언어, 감수성에 맞지 않는 표현, 전문어를 가장한 외국어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공공 언어는 시민과의 소통인 만큼 쉽고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과 잘 소통될지 검토하는 사람으로서

국어책임관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므로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재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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