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개인 공매도 시장을 독점 중인 한국증권금융이 수수료 수익으로 올 들어 월 평균 약 6000만 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공매도 시장이 전면 허용될 경우 현재보다 수익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9일 오기형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금융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해 5월부터 올 해 8월까지 16개월 동안 개인 대주(貸株·주식을 빌려주는 것) 시스템 운용으로 총 8억 42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월 평균 수익은 5262만 5000원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개인 대주시스템의 수익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수익은 3억 7700만 원으로 월 평균 4712만 5000원에 머물렀다. 그러다 올 들어 8월까지 수익은 23.3% 증가한 4억 6500만 원이다. 월 평균 5812만원선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증시 호조에 개인 증권 거래가 많이 늘면서 공매도 수요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며 “2차전지 등 일부 종목은 고평가 논란이 일며 일부 개인도 공매도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개별 증권사를 통한 공매도 보다 편의성이 높은 개인 대주시스템을 활용하는 고객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개인 대주시스템은 개인 투자가의 공매도 접근성 개선을 위해 도입됐다. 공매도를 하려면 우선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줄 주체가 마땅치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2월 말 기준으로 개인의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준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키움투자·신한투자증권 등 6개사, 종목은 393종목으로 개인 대주시장 규모는 205억 원에 불과했다.
금융 당국과 한국증권금융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인 개인 대주시스템을 2021년 5월부터 도입했다. 개인 대주시스템은 개인 공매도 투자자가 수월하게 주식을 빌리도록 대주 물량을 한국증권금융이 각 증권사에서 받아 중앙 집중식으로 관리한다. 대주 물량은 개인이 돈을 빌리기 위해 담보로 내놓은 신용융자에서 가져오고 있다. 신용 융자를 취급하는 28개 증권사가 모두 개인 대주시스템에 참여 중이다. 개인을 위한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기존 6개사 대비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개인대주시스템 운용 과정 중 수수료를 뗀다. 신용융자를 받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맡겨 놓은 개인이 공매도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준 댓가로 받아야 할 대여료 중 일부를 가져가는 식이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시스템 운용을 위한 최소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며 “구체적인 비율은 기관 간 비밀 협약 사항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증권금융의 개인대주시스템 운용 수익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면 개인의 공매도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개인 공매도 시장을 독과점 중인 한국증권금융의 개인대주시스템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도 비례해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증권금융은 대주시스템 운용으로 손실이 누적된다는 입장이다. 대주시스템 구축에 약 40억원이 투입돼 인건비를 제외한 감가상각비만 매월 1억원 가량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대주시스템 운용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발생한 비용은 수익의 2배 가량인 17억 86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