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월대가 100년 만에 복원돼 오는 15일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은 9일 “이달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을 연다”고 밝혔다.
월대는 조선 시대 궁궐에서 건물 앞에 계단식으로 넓게 설치한 대를 일컫는다. 근정전 등 전각의 월대와 대문의 월대로 크게 나눠진다. 광화문 월대는 대표적인 궁궐 정문의 월대다. 조선 초기부터 있었고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있는 궁궐 전각의 월대와 달리, 궁궐 대문의 월대는 조선 후기 왕권이 강화되고 더불어 백성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필요해짐에 따라 새로 생겨난 조선 특유의 양식이다.
광화문 월대는 전체가 남북 길이 49m, 동서 너비 30m다, 높이는 0.7m다. 가운데 임금이 다니던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의 너비는 7m다. 광화문 월대는 1867년 경복궁 중건과 함께 설치됐다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조선부업박람회 준비 과정에서 일제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홍승재 문화재위원회 산하 궁능분과위원장은 “월대와 광화문은 하나의 세트로 완전체”라면서 “월대 복원으로 그동안 단절됐던 광화문과 육조거리를 연결함으로써 한양 도성의 중심축을 회복했으며 온 국민이 자긍심을 느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대의 어도 가장 앞부분을 장식하던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 2점도 같이 공개된다. 지난 8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 소장하던 유물을 유족 측이 기증해 화제가 됐던 동물 조각이다. 오는 15일 행사에서는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로 된 광화문 현판도 새로 공개할 예정이다.
광화문 월대가 완성되면 지난 1990년부터 이어진 경복궁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가 마무리된다.경복궁 복원은 2045년까지 무려 55년의 기간을 두고 진행되는 장기 계획이다. 지금도 복원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사대문 안 5대 궁궐 가운데 대문 월대가 있는 곳은 3곳으로 늘어났다. 창덕궁의 돈화문 월대는 20세기 초 궁궐 안 자동차 통행을 위해 정문에 진입로를 만들면서 흙으로 묻혔다가 1996년에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발굴해 냈다. 지난 2020년 월대 앞의 율곡로의 지반을 깎아 현재의 위용을 되찾았다. 조선 후기 만들어진 원형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다.
덕수궁의 대한문 월대는 올해 8월 새로 만들어 설치됐다. 다만 현재 대한문의 위치가 원래 장소가 아닌 점을 감안해 월대도 ‘복원’이 아닌 ‘재현’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글·사진=최수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