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안성맞춤랜드에서 개막한 ‘2023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한글날인 9일 저녁 막을 내린다.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연일 수만 명의 인파가 행사장을 찾은 가운데 행사를 가장 돋보이게 한 것은 재기 넘치는 줄타기와 다양한 시민 참여형 무대였다. 곳곳에서 펼쳐진 크고 작은 공연 때마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공연자와 소통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안성시에 따르면 지난 6~8일 약 39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9일 오후 안성맞춤랜드에서 서울경제가 만난 시민들은 이번 축제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먹거리를 지목했다. 시민들은 38개 음식 부스에서 내놓는 다양한 음식의 가격과 질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기자가 살펴본 주요 음식들의 가격을 보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음식 한우국밥이 8000원으로 시중가격보다 2000~4000원이 저렴했다.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 단위 관광객이 좋아하는 가마솥 파 통닭은 1만4000원, 닭강정은 1만3000원, 떡갈비 는 15000원이었다. 전류는 1만원으로 통일됐고 국수류도 7000원으로 균일가였다.
군것질 거리인 어묵, 핫도그가 3000원, 떡볶이와 닭꼬치가 4000원 수준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물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역 축제에서만큼은 당연한 물가가 아니 것이 현실이다. 지난 봄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지역 축제가 바가지 논란으로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평택에서 왔다는 두 가족은 자신들이 경험한 여러 축제들과 꼼꼼하게 비교하며 음식값과 질에 대해 촌평했다.
가장 연장자라는 40대 초반 김모씨는 “이전에도 벚꽃 등 여러 축제를 다녔는데 야시장 통돼지 바비큐 한 접시가 4만 원이 넘어 놀란 적이 있었다”며 “여기는 1만원 대 아래로도 먹을 만한 음식이 꽤 많다. 각자 딸 하나씩 두고 있는데 애들 입맛이 까다로워서 이런 축제 물가는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역시 평택에서 왔다는 60대 여성은 “축제 바가지가 하도 심해 보통 집에서 밥을 먹고 행사에 와서는 간식이나 커피를 마시는 정도였다”며 “동생과 조카하고 왔는데 음식값이 생각보다 저렴해 식사도 해볼 요량”이라고 말했다.
딸아이와 가마솥 파 통닭과 떡볶이를 시켜 먹던 김모씨(용인·49·여)는 요즘 축제에 가면 당연히 바가지를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착한 가격에 놀랐다“며 "먹거리 장터 주변 환경도 비위생적이지 않고 쾌적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 공도읍에서 왔다는 50대 김모씨는 “안성 사람이기는 해도 축제를 무조건 편드는 공무원은 아니”라고 농을 건넸다. 그는 “코로나 때를 빼곤 매년 아내와 축제에 와 막걸리 한잔 씩 하는데 큰 부담 없이 즐기고 간다”며 “음식도 시중 가격보다 싸고, 질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동네 분들이 한번 찾아볼 만한 축제”라고 자랑했다.
이 같은 시민 반응은 바가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안성시 측의 치밀한 준비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안성시 관계자는 “관내 상인들을 상대로 입찰공고를 내어 장터 입점을 가리고, 사전에 음식 값을 합리적 선으로 협의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입점이 끝났다 해도 안성보건소 위생팀에서 행사 중 수시로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바가지 요금과 호객 행위 단속, 위생점검을 하고 있다”며 “또한 불편 신고센터를 운영해서 신고가 들어오면 감점을 줘 이듬해 축제에는 참여를 불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9일 오후 9시 드론 라이팅쇼를 끝으로 나흘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다. 안성시는 이날 집계가 마무리되면 역대 최대 규모 인파가 몰렸던 지난해 행사 때의 44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